알라딘서재

이프리트의 서재입니다
  • 화이트 스카이
  • 엘리자베스 콜버트
  • 16,200원 (10%900)
  • 2022-09-17
  • : 1,117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동요는 곧 개사될 운명이다. 아이들이 보는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다. 아기염소는 뜯어 먹을 풀이 없어 굶어 죽는다. 태양은 미세먼지에 가려져 뿌옇다. 미래 세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요? 왜 우리가 선조들이 일으킨 기후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하나요?” 어른들은 묵묵부답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남몰래 버린 쓰레기와 낭비한 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강을 파괴하고, 종들을 절멸시키고, 빙하를 녹이는지 잘 모른다. 대신, 절망적인 소식이 닥쳐오면 누군가를 탓하거나 체념하는 것에 익숙하다.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인류의 각 구성원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화이트 스카이』의 저자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사명감을 가지고 세계 곳곳을 직접 누빈다. 나는 생태학 저서를 읽을 때, 압도적인 통계 자료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한 서술들은 현실감 없는 불안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의 우려와 달리, 자신이 방문한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녀는 아시아 잉어를 전기로 차단하는 운하 위에서, 멸종 직전인 물고기를 보호하려는 사막에서, 산호지대를 살리려는 연구실에서, 그린란드의 버려진 얼음 기지 안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막으려는 이들을 조명한다. 그곳에서 독자는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의 시행착오와 그것을 복구하려는 노력을 발견한다.


 사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표지에 적힌 “인류는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이 아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눈앞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천의 글에 적혀 있듯이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 역시 탄소를 암석으로 전환하기 위해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본사를 찾아가 클라임웍스라는 회사의 취지와 원리를 소개한다. 혹자는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속도는 이미 걷잡을 수 없어요. 재앙은 예정되어 있습니다”라며, 그들의 노력을 폄하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적대적인 물음에 대해 이렇게 반박한다. “정말 그렇습니까? 지구를 구하려는, 아니 도와주려는 인간의 노력은 정말 부질없습니까?” 그녀는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생물을 지키려는 개인의 사소한 노력도 귀중하다고 대답한다.


 기후 위기에 직면한 세태를 잘 표현한 문장이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또 때로는 그 반대다.”(187쪽) 절멸하려는 종을 살리려는 노력은 분명 가상하다. 그러나 수수두꺼비를 살리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과연 그 유기체를 위한 일일까?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대기에 탄산칼슘과 다이아몬드 입자를 뿌린다는 지구공학은 이론상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의 잠재적인 여파를 감히 예측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는 “뭐라도 해봐야지”는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다.


 그러므로 작금의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다. 어떤 것이 지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는 지구가 알고 있다. 그린란드의 빙하에는 고대의 눈부터 근대에 쌓인 얼음층, 그리고 현재에도 축적되는 입자들이 섞여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과거의 추운 기후로 인해 문명이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했음을 추론했다. 지혜란 그토록 자명하고 정직하다. 어떤 기발한 천재 한 명의 아이디어로도, 눈앞의 이익을 바라보는 집단이 합의한 지성도, 인간의 행복에 관심이 없는 인공지능의 제안으로도 얻어지지 않는다. 인류와 지구의 공생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헤아리며, 미래 세대의 안위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혜로만 가능하다.


 이 문장을 나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지혜란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것을 체득한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세계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파란 하늘을 지키는 일이 똑똑한 과학자나 정치가에 달려 있다고 단정 짓지 말자. 자라날 아이들에게 아기염소들과 함께 태양처럼 웃을 앞날을 기대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미래 세대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명확히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후 위기를 잘 통과하고 있다. 더 이상 막연하고 막막한 앞날에 대해 우려하는 일은 관두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음을 알면서도, 지구를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을 이 책에서 증언한다. 현재의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좌절과 체념이 아닌 희망과 자신감이다. 지구는 당신 덕분에 더 나아지고 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