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레타 툰베리가 직접 쓴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저자 이름에는 가족 네 명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어서 마치 균형 있게 그들의 시선을 담은 것 같지만, 오페라 가수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말레나 에른만이 중심이 된 구조라서 균형을 조절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레타가 어떤 계기로 등교 거부를 시작했는지 내막이 궁금했고 베아타의 숨겨진 이야기가 알고 싶었으며, 남편인 스반테는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 듣기를 원했다. 아무래도 평범하지 않은 이 스웨덴 가족을 알려면 더 많은 요일이 필요한 듯 싶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노벨평화상 후보이자 환경 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그레타 툰베리는 사실 결함 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전 지구적인 영향력을 주는 사람은 언제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레타는 섭식 장애를 오랫동안 앓아 왔고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어느 누가 보아도 소위 문제아였고 아웃사이더였다. 하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그녀의 외로운 투쟁이 결실을 맺었다. 지나고 보니, 그레타 가족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고, 우리와 같은 금요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흔히들 메시지를 반대하기 위해서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략을 택한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에 대해, 반대자들은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떳떳하냐"고 따진다. 당신 논리라면, 당신 역시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가 아니냐고 말이다. 어쩌면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탄소 배출과 바다의 산성화와 다양한 생태계의 멸종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가 지구의 파멸을 앞당기고 있다.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해 체념하고 오늘만 살 것처럼 살아야 하는가?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불평등과 환경 위기 앞에서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성공지상주의에 매몰될 것인가?
어느새 기후 위기는 훌륭한 정치적 도구이자 마케팅의 수단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획기적인 기후 정책과 그에 대한 법안의 필요성을 촉구한다. 한편, 친환경 제품이라고 속이며, "우리 제품을 쓰면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현혹하는 그린워싱을 강력히 비판한다. '우리'에게는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를 분별하고, 무엇이 환경에 이득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고민의 시간이 부족한가? 환경 문제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철저한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인가? 애초에 '그들'과 '우리'가 다른 존재인가? 적어도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이 주는 작은 희망은 그러한 것이다. 툰베리와 에른만 가정 역시 처음부터 유별나지 않았다. 작은 실천과 인식의 전환이 쌓이고 쌓여 확신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들의 메시지와 실천이 미약해 보이고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혹자에게는 위선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건대, 타인을 비판하기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레타 가정을 옹호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 불편함을 드러내도 된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환경을 반드시 지켜야 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위해 삶의 사소한 영역에서라도 변화했으면 좋겠다.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면서 그레타 툰베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행기를 탔으면 편하게 뉴욕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후회? 무엇 때문에 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냐는 자괴감? 눈앞의 세상을 살아가기에 급급한 자들이 보기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자들은 더없이 미련하고 어리석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라도 용기를 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우리가 남긴 것은 결국 잊히고 만다. 남은 것은 오직 생태 발자국 뿐이다. 나도, 너도 같은 요일을 살아가지만, 생각하는 바는 너무 다르다. 환경을 지키지 않았다고 상대를 비난할 수도, 환경을 지키는 데에 유별나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없다.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세상은 언제쯤 닥쳐올까?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지 말자. 편리함은 언제나 우리의 도덕성을 실추시킨다. "나만 잘 살면 돼"라는 무시무시한 종교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부디 자기 자신을 넘어선 세상을 모두가 목격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