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프리트의 서재입니다
  • 예수의 생애
  • 찰스 디킨스
  • 6,930원 (10%380)
  • 2020-12-01
  • : 1,073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자녀가 꼭 예수 그리스도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것을 출판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물려주었다. 작가가 죽은 지 64년이 지나서야 증손자의 요청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이야기인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부활에 대한 것이었다.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 사회에서는 사실 예수님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그분의 삶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킨스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예수님의 일대기를 정리한 이유는, 그만큼 복음을 전하는 것에 간절했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의 생애』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이미 신약성경에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이 훨씬 더 풍부하게 담겨 있고, 여기서는 디킨스가 자식들을 위해 쓴 논평에 가까운 글들을 살펴보면 된다. "사람들이 '가난하고 비참한 자'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들 한가운데로 내려가 그들을 가르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고, 그분의 보살핌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떠올리거라. 그리고 언제나 그들을 가엾게 여기고 가능한 좋게 생각하거라"(p.28) 등의 구절은 유일한 독자인 자녀들에게 전하는 진심이다. 디킨스 역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고, 그 사실을 잊지 않은 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이 역경을 극복하는 소설들을 숱하게 써 내려갔다. 아무리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어도, 디킨스의 초점은 언제나 가난한 아이들과 힘든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었으며, 동시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가난한 자들을 외면하고 차별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그는 놓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기독교에 대해 이렇게 쓴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도 항상 선을 행하는 것이 기독교란다. 우리의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대하는 것이 기독교란다. 상냥하고 자비롭고 용서를 해 주며, 그러한 미덕을 우리 마음속에 조용히 간직하고 그 사실을 결코 자랑하지 않는 것, 또는 우리의 기도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결코 자랑하지 않는 것, 그리고 겸손하게 묵묵하게 올바른 일을 함으로써 주님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 기독교란다."(p.113) 참으로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되묻는다. 여기에 쓰인 대로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기독교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적 대문호이자 자녀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려고 애썼던 찰스 디킨스도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위대한 작가는 그의 작품과 삶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자신의 꿈에 사로잡혀 가정을 소홀히 하고, 자신을 혹사한 디킨스의 모습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사랑하는 자녀에게 전달하는 개인적인 호소가 놀라운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로마의 엄청난 탄압을 받으면서도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하기까지 기독교는 가장 사적인 바람으로 이어져 왔다.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 그분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맛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적인 바람은 인류의 구원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이해함으로써 확장된다. 나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나면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는 만큼이나 내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원수를 똑같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황금률을 따라야 하는 이유이자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것은 강제적인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 역시 한 치의 줄임 없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며, 그 자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셨음을 인정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나 역시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고 싶은 가정이 있다. 그 가정에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여서 평안이 찾아오면 좋겠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한 번 알게 된 사람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단 한 번, 그 결정적 순간을 위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실패와 가난과 아픔과 고난은 두렵지 않다. 이미 죽음이라는 가장 큰 실패를 이겨내신 예수님께서 나를 받쳐주고 계시니까. "어떻게 하면 눈앞의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대답하신다. 나를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고 나서야, 나 하나만을 위한 삶을 벗어나 가장 사적인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꿈을 꿀 수 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