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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님의 서재
  • 할매
  • 황석영
  • 15,120원 (10%840)
  • 2025-12-12
  • : 138,670
황석영 작가의 신작 '할매'는 그가 부커상 후보에 지명 된후 5년 만에 나온 소설로,
독서감상이라기엔 뜬금 없긴 하지만 읽는 내내 '적어도 문학만큼은 AI에게 대체되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작품이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인간만이 공유할 수 있는 깊은 '공감'의 영역은 결코 침범할 수 없음을 이 소설이 증명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군산 하제마을 언덕을 600년 동안 지켜온 팽나무, '할매'다.
작가는 인간의 찰나 같은 시간을 넘어 거대한 '대지의 시간'을 팽나무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나무는 천주교 박해부터 동학 농민운동, 6.25 전쟁을 지나 오늘날 새만금 간척 사업까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파괴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지만, 새가 죽어 나무가 되고 땅에 묻힌 사람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섭리를 통해 작가는 우리 인간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임을, 자연을 파괴하는 건 결국 우리 스스로를 해치는 것임을 서늘하게 일깨운다.

​평생 걸출한 입담으로 '황구라'라고 불렸던 이야기꾼 황석영 작가가 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쓴 이 소설에서 선택한 화법은 역설적이게도 '침묵'이다.
인간의 역사가 변명과 합리화로 점철된 언어의 기록이라면, 자연의 시간은 생명이 나고 지는 조용하지만 더없이 웅장한 '소리'로 존재한다.
소설 속 팽나무는 항변하지 않고 그저 존재함으로써 인간의 소음과 파괴의 흔적들을 덮어준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인 팽나무 할매는 단 한번도 자신의 소리를 내지않고 그저 묵묵히 존재하며 모든 시간을 지켜본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활자는 사라지고 나무의 우직한 숨소리만 이명처럼 남는다.
이 소설은 눈으로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귀를 대고 들어야 할 지구의 깊은 울림이다.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개발 논리에 매몰된 우리에게 작가와 할매는 묻고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서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우리를 살게하고 말없이 지켜주는 이 소중한 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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