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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의 혼란
  • 슈테판 츠바이크
  • 16,200원 (10%900)
  • 2024-05-20
  • : 788

<감정의 혼란>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의 중단편 소설집으로 <감정의 혼란>, <아모크>, <책벌레 멘델>, <체스 이야기>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중 <아모크>와 <책벌레 멘델>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품으로, 이 두 작품을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그만 푹 빠져서 네 작품을 다 읽고 말았다. 


<감정의 혼란>과 <체스 이야기>는 4년 전에 읽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흥미롭고 감탄스러웠다. 특별한 상황에서 고통을 겪는 인물들의 심리가 4년 전 읽었을 때보다 더 생생하고 깊이 있게 다가오니...감탄할 수밖에!


<아모크>는 1922년 출간된 작품으로 당시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모크'란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한 일종의 정신병으로,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어떤 광기에 휩싸여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데, 소설은 바로 이 아모크 상태에 빠진 한 의사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의사는 내가 읽은 츠바이크의 소설 속 인물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인데, 이런 인물의 이야기를 열심히 읽고 있는 나를 보며, 정말 츠바이크는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벌레 멘델>은 가장 여운이 오래 남은 작품으로 인간의 경지를 뛰어 넘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책 장수 멘델이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츠바이크는 화자의 입을 빌려 '책을 쓰는 목적은 협소한 자신의 존재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인생의 가혹한 적인 무상함과 망각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p. 242)이라며 멘델로 대표되는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드러낸다. 


하영북스에서 출간된 <감정의 혼란>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이유는 역자 정상원의 훌륭한 번역과 풍부한 작품 해설이 큰 몫을 했다. 츠바이크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는 작가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을 때조차 '자신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지 못하리라고 한탄'(p. 321)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는가! 나는 지금까지 츠바이크를 싫어하는 사람은 물론, 그를 조금만 좋아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츠바이크를 떠올리는데, 야만의 시대와 싸우며 글을 썼던 그의 고뇌를 아는 독자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어제의 세계>와 <메리 스튜어트>가 개정판으로 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밖에서는 싫은 소리 못하는 호인이었으나 집안에서는 신경질적이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나에게 최고의 작가이다. 

자신의 작품이 잊혀질까 걱정하지 마시고, 부디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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