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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불청객  2025/11/18 03:09
  • 자본 질서
  • 클라라 E. 마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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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3
  • : 573

긴축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도 안 되는 호황 기간을 제외하면, 긴축은 현대 자본주의를 내내 지배해왔다. 자본주의가 있는 곳에는 늘 위기가 따르고, 이 위기 때마다 긴축이 등장했다. 긴축은 역사적으로 부채 감소, 성장 촉진 등 정해진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긴축은 계속 시행되어왔고, 긴축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보루였다. 그러나 긴축은 저성장이나 고인플레이션 같은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긴축의 진짜 목적은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경제지표가 회복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항의와 노조의 파업을 틀어막아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지키는 것이다.

세계 1차 대전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집단적 각성을 이끌었다. 전쟁 기간 모든 참전국 정부는 엄청난 양의 군수물자를 생산하느라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 개입주의는 임금 관계와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계급제 사회의 정치적 선택이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전쟁이 끝난 후 유럽 노동자들은 강력하고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신념을 표출했다. 유럽 전역에서 유례없는 민주적 격동이 일어나고 통화 인플레이션이 고조될 무렵, 경제 관료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긴축'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긴축은 예나 지금이나 자본주의라는 절대 진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긴축은 다수의 노동자에서 소수의 저축자, 투자자에게로 자원을 이동시켰고, 이는 대중들에게 경제 생산의 억압적 조건을 견디라는 무언의 강요였다. 이러한 순응 요구는 자본주의를 유일한 최선으로 묘사하는 경제이론 전문가들에 의해 더욱 확고해졌다. 긴축이 그토록 효과적인 이유는 '근면'과 '검약'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시대부터 찬양된 이 미덕은 후대 경제학자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전후 경제 위기를 시민권이 과하게 신장한 탓으로 돌렸다. 그 결과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권리가 약해졌고 경제적 희생, 절제, 근면, 임금 삭감을 통해 각자도생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적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유럽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유층의 자본 축적을 돕기 위해 노동계급에 긴축을 강요했다. 역진적 과세를 통해 소수 부유층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예산 삭감을 통해 공공 자원을 대다수 민중에서 부유층에게 전환하였고, 통화 긴축을 통해 부유층의 재산 가치를 높였고, 산업 긴축을 통해 수직적 임금 관계를 강화하고, 임금을 억제하였다.

긴축과 기술관료제 사이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강압적 정책으로 합의를 꾸집어내려 한 20세기 초의 노력은 성공했고 오늘날까지도 생생한 현실로 이어지는 중이다. 경제 위기는 늘 반복되는데도, 새로운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해결책을 고안하라고 부름을 받는 사람은 여전히 경제학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해결책은 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복지 축소 등 항상 노동자가 가장 큰 고통을 떠안는 방식이다.

1920년대나 지금이나 긴축의 승자는 언제나 소수의 부유층이다. 최상위층 1%는 배당금, 이자 등 불로소득으로 살아간다.노동소득에만 의존하는 나머지 인구는 패자가 되었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은 말한다. "계급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투쟁을 일으키는 것은 내가 속한 부자 계급이다. 게다가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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