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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 12,600원 (10%700)
  • 2016-11-01
  • : 8,368

실망스러웠다.

책을 읽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인간의 일반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아서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고 사회의 이질적인 존재이면서,
편의점에서만 자신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찾는 주인공에 관한
짧고 단순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일본 사회가 많이 병적이구나 하는 것과
또 하나는 일본 문학의 깊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거였다.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감정과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주인공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나도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위화감과 이질감을 많이 느껴 왔으니까.

그렇지만 주인공을 대하는 사람들의 과도한 배척과
그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자세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이들은
획일적이지 않은 주인공의 삶을 불량이나 고장으로 취급하고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강요한다.
그게 너무 지나치다.

소설이라서 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문학상까지 받은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의 내용이 터무니없는 과장은 아닐 것 같다.
어느 정도 현실성이 담보되었을 것 같다.

정말 그렇다면 일본 사회는 매우 병든 사회일 것 같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에 대한 강한 배제와
획일화된 집단주의를
건강한 시민 사회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배타적인 사람들을 대하는 주인공의 선택 또한
이해하기도 동의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자유나 개성이나 존엄성에 대한 생각이나 주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잔소리 듣기 싫고 간섭 받기 싫을 뿐이다.
책의 주제 자체는 생각해 볼만한 것이지만,
그 주제에 대한 어떤 사색이나 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냥 미성숙한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데,
내가 책을 보며 느낀 것은 작가 또한 그 수준인 것 같다.
개성과 자유에 대한 사색과 사유와 고민 대신,
그저 잔소리와 간섭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어린 아이 수준의 고민과
어린 아이 수준의 대처만 보인다.

그나마 결론에서
주인공이 편의점을 선택함으로써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성숙한 사람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는 건
작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런 책이 문학상을 받았다는 건
그 소재나 주제를 떠나서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책의 이야기는 너무 단선적이다.
좋은 소설이라면 가져야 할
이야기가 없다.
풍성한 이야기도 진한 이야기도 없다.
어찌 보면
동화책이나 만화 스토리 수준의 이야기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제일 중요시하는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책이다.

이야기도 빈약하고
사유도 앙상한
이런 책에 문학상을 준다는 점에서
나는 일본 문학을 의심하게 된다.

문학의 '수준'을 논하는 것이
너무 편협한 발상이라면
나와 일본 문학은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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