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낸다는 것, 그것은 늘 경이롭고 또 아뜩하다.
나름의 살풀이를 하듯 시를 읽는다.
아주 오랜 기다림처럼 가슴을 적시는 시편들을 만나는 행운,
쉽지 않은 행운이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한 여자가 살고 있었고,
그 여자, 거미였으며 그녀의 안에 우물을 품고 있었던 거다.
밤 닮은 우물을..
세상에서 가장 깊은, 끈끈한 눈물주머니 같은.
시인은 상실의 아픔을 지났거나 혹은 견디고 있는 중이리라.
‘자꾸 헛놓이는 마음’ 예 부려도 좋을 듯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잊지 않기 위해
힘겹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암병동의 들숨, 날숨 같은‘
해 저무는 길목,
‘문 넘어 달빛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