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대하여 참 많은 사람들이 참 많은 염려들을 한다.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의 힘을 단 하나의 목적인 대학입시에 쏟아부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제 나이에 맞게,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이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이 생활을 하는지, 나는 누구이고, 지금 과연 행복한건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자체도 못하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성없는, 획일화 된 아이들이 생산되고, 우리 사회에도 발전적이지 못한 부작용이 많다는 염려들이다.
그 기능을 수행하는 장소로 학교와 학원이 있다. 마치 대학을 가기 위한 공장처럼 되어 버린 시스템.
그렇게 끊임없이 경쟁시키고, 그 속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만 해야하는 아이,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 부모이고 의무라고 여기는 부모, 그렇게 잘 따라가야 부모님을 위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아이...... 이러한 아이와 부모의 모습을 이 소설 '시간가게'는 잘 그려내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소설의 주인공 윤아는 엄마의 계획에 따라 전학을 가게 된다. 그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그런 부모들 그리고 학원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전학 가기 전, 1등 학생이었던 윤아가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는 1등을 못하자 엄마는 윤아를 극한 압력으로 몰아 넣는다. 그것은 엄마가 혼자서도 자식을 잘 키워야한다는 강박감이 같이 작용한 결과로, 윤아는 그런 엄마의 계획에 따라 반항하지 못하고 기계처럼 움직인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간가게'라는 가상공간을 만나게 되고, 그 시계를 매일 10분씩 사용하는 조건으로 행복한 기억 하나씩을 주게 된다. 자신의 행복과 시간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두 개의 기억과 바꾸게 된다. 여기서 사용한 '시간가게'라는 환타지 설정이 참 의미 있다. 회피가 아닌, 말로 풀어 쓰는 것보다도 더 적절한 비유 효과가 있어 생각하며 읽게 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가 읽으면서, 윤아가 10분의 시간을 사용하면서 반 친구들의 시험지 답안을 훔치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 데서는, '윤아가 들키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이 들면서 몰입하게 한다.
미래를 위하여 지금의 삶을 희생해야하는 초등학생! 그리고 엄마의 무한 희생! 그 목적을 위하여 행복과 맞바꾸며 이어지는 매일...... 결국 윤아는 기억력 자체가 엉망이 되며,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기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반 친구의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것 또한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것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읽혀지기도 한다. 윤아는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계기로 그런 맹목적인 삶에서 벗어나기로 결단을 내린다. '시간가게'에 시계를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택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지금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사는 자신에게로.
사실 소설 내용이 현실이라면, 윤아는 그 시계의 유혹을 물리치고 시험점수가 떨어져도 좋은 자신에게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이 그리 놔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