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이 넘치면 쾌락.
하지만 쾌락이 넘치면 고통인 줄 누가 알았으랴.
술 마시는 즐김 끝에, 고통 끝자락까지 내몰렸던 눈초 이규항선생.
아픔이 멎자 그 자리(中道)가 극락임을 깨치다(法悅).
물은 100도를 지날 때 끓고,
0도(氷點)를 지날 때 비로소 얼듯이
그 깨침을 증명하려고 내달은지 6,200여 날(17年).
벼리고 벼린 끝에 드디어 ‘0의 행복’을 펼치다.
그도 모자라 700여 날(2年)을 더 숙성한 끝에
‘지구별은 아름다운 미술관이자 음악의 전당’이라며,
붓다가 펼친 0의 세계를 마무리해 집을 지었다(作家).
다석 유영모는 오직 오늘만 살 수 있다면서 삶을 하루살이로 봤다.
그렇게 보면 선생은 7,000여 生을 닦은 끝에 내 집(作家)을 지은 셈이다.
고전으로 들어가 새 길을 내다(入古出新).
몸이 집을 나오면 가출, 마음이 집을 나와야 출가(心出家)라 했는데,
그곳(當處)이 바로 ‘지금市 여기洞 0번지’다.
책을 덮으며 ‘말’과 ‘말씀’ 차이를 확연히 알았다.
내 무슨 복에 드문 길잡이를 만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