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되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다.
읽다보면 눈을 의심케 하는 파트가 많다.
자비출판도 아니고 무슨 이런 내용으로 책을 냈나 싶다.

먼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같은 데서 오간 걸 복사한 파트가 꽤 많다.
첨부한 부분은 다른 사람이 쓴 댓글 복붙. 2쪽도 넘게.
이 댓글에 반박이라고 쓴 저자의 댓글을 또 그 다음에 붙였다.
키배를 했던 걸 갖고 와서 책에 싣는다? 그러면서 그게 번역에 대한 진지한 논의라고 주장한다?
번역 문제나 번역학에 대한 문제의식의 깊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다른 챕터에선, 다른 사람이 자기 비판 칼럼 쓴 것도 전문을 갖고 왔다. 허락은 받았나 모르겠다. 부분 인용이야 학술적목적으로 가능하다지만..
(이렇게 남의 글을 가져다가 싣는 저자이니. 책 리뷰를 쓰며 몇쪽 사진 첨부한걸 뭐라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함.)

오역이 안 좋단 건 누구나 안다. 하나마나 한 소리다. 무슨 새로운 특별한 통찰도 없다.
자기 블로그나 sns에나 쓰고 넘어갈 글이다. 이런 식의 알맹이없는 부분이 꽤많다.
아무리 SNS 작가니 짧은 글 모아서 책 내는 게 유행이라고 하지만...
번역은 깊이 있게 연구할 주제다. 나와있는 논쟁점도 연구도 많다. 그러나 이 작가는 그런 논쟁점이나 연구를 공부한 흔적이 안 보인다. 인용도 없다. 자기생각과 하나마나 한 소리들투성이다.
이런 식의 글을 모은 걸 번역의 정석을 운운하는가?


이런 부분들 대표적으로 자기 키배 이야기다.
페이스북의 네티즌이 뭘 어쨌는지 알고 싶지 않다. "indifference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니 '불문학도들'(이 책만 읽어선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나 모르겠지만??)이니도 알고 싶지도 않다.
이런 내용들은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번역문제를 고민하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저자는 자기가 옳다고 외치고 싶은 건가? 그런 이야길 자기 페이스북에 쓰지, 왜 책을 내나?
종이와 잉크가 아깝다.
인용한 댓글 내용도 어이가 없다. "구글에 쳐보세요."라니. 구글 검색건수를 근거라고 드는 건가?
그런 댓글을 무슨 대단한 일침인 것처럼 소개하는 저자라니... 미안하지만 수준이 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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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상황을 잘 몰라서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 파트도 많았다.
저자가 너무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거 아닐까?
출판사에서 왜 이런 부분을 제지하거나 걸러내지 않는지 모르겠다.
책 제목을 그냥 "번역의 정석"이 아니라 "번역에 대한 내 생각"이나 "번역 문제에 대한 나의 키배" 정도로 하길...
그리고 이 책 저자는 번역학 공부라도 좀 하고 책을 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책을 무슨 대단한 번역에 대한 지적이고 의견인 양 소개한 언론 기자들은 뭔가. 책은 읽어보고 쓴 것인가. 출판사나 언론사가 게이트웨이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런 수준미달을 걸러내질 못하니 나 같은 독자가 피해를 본다.
이 책 저자의 번역 결과물이 어떻든, 이 책에 나타난 태도나 문제의식은 유치하고 가치가 없는 듯하다.
요즘 번역자들이 번역 관련 에세이나 번역에 대한 고민으로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번역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책들을 보는 게 훨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