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할 때면 꼭 찾아서 읽는다. 표지의 남자는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눈은 빛나고 입가에는 미소 짓고 있다. 그의 머리 위, 어깨 위, 배낭 안 개구쟁이 같은 모습의 그림들이 그가 모으는 생각들이다.
그의 이름은 ‘부루퉁’씨.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가 하는 일은 생각들을 모으고 그 생각들이 뿌리내려 아름다운 선율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수많은 생각을 모으기 위해 조용한 거리에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이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그가 듣는 수많은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들은 그의 휘파람 소리에 약속이라도 한 듯 그에게로 달려온다. 빠르게 날아오거나 때로는 느린 속도로 날아온다. 그 생각들을 집으로 데려와 정리하고, 한숨 쉴 여유를 준다. 씨앗으로 내려지기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가 모은 생각들이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것처럼 우리가 하는 수많은 생각들은 쌍둥이처럼 꼭 맞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생각들이 모여 다양한 색으로 발현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진다. 부루퉁 씨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들이 다르다고 등을 돌리는 대신 관대하게 포용하길 바랄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수용하면서 우리들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는 아주 엉뚱한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있을 수 있을까?’ 멍하게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 같아 멍하게 앉아 있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머릿속에는 내가 멍하게 앉아 있다는 것부터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 들려오는 소리, 내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떠올랐다. 생각 없이 1초라도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로는 생각들을 잡념이라고 일컬으며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길 바란다. 그래야 해야 하는 것들이 끝날 테니까. 그러다 보면 그 잡념이라고 부르던 것들은 갑자기 손에 쥔 모래알이 손 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때 한 생각이 뭐였을까 떠올려보려 해도 이미 늦었다.
생각들을 너무 과소평가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좋은 생각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욕심, 탐욕, 일탈, 거짓 같은 생각들이 떠올라 머리를 흔들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들마저 결국 나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인정하면 된다. 자주 떨쳐 내려는 수많은 생각들을 잊고 싶지만 그럴 때는 종이 위에 내려놓으면 어떨까. 사춘기 시절 종이에 마구 적어 내려갔던 수많은 생각들이 지금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어 더 그립다. 또다시 후회하기 싫은 생각은 종이 위에 손을 올려두게 한다. 흔히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런 세상을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안의 수많은 생각들이 어떤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지 보지 못하는 것이 더 안타깝다. 그러니, 마음껏 생각을 떠올리기를 바란다. 나도, 지금 종이 위에 손을 올려 생각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