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이름을 가진 단짝인 두 소녀가 우정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이야기이다. 단짝이었던 이 두 소녀가 멀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가을이는 단짝 친구라면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하고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신중한 성격이기에 친구를 만들면 그만큼 오래간다. 하지만 여름이는 이제는 다른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 실은 자신과 취향이 달랐던 가을이와 지내며 자신의 다른 생각들이 숨을 못 쉬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여름에서 가을이 되기 전, 여름 방학부터 둘 사이는 틀어진다. 일방적인 여름이의 선언으로 가을이는 내내 여름이가 사과해오길 기다리다 자신도 친구를 만들어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러다 여름이가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편지를 학교에서 받으면서 이야기는 끝을 알 수 없어진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친구가 중요해지는 건 부모로부터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이다. 나의 모든 것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주는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기에 용기를 내어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친구를 사귀면서 그동안 옳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한다. 비록 처음에는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우정이라는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 간다. 그 과정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상처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여름이와 가을이가 서로에게 잘못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생각하는 우정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걸 천천히 깨달았을 뿐이다.
이야기의 중간 즈음에 이르러서 여름이가 아빠와 대화를 나눌 때가 기억난다. 여름이의 아빠는 여름이와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말해준다. 나뭇가지들이 서로 닿지 않는 것을 보여주며 만약 저 정도의 간격이 없을 정도로 사이가 너무 가까워질 때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가까워진다면 서로를 찌르고, 햇살도 가려주게 될 거라고. 그리고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라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바람도 함께 맞고 잎들도 함께 키우는 것이 좋은 거라고 말이다.
가을이는 우정의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다. 나 역시 친구 사이에 ‘거리’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친구라면 뭐든지 이해하고, 취향도 같길 원했다. 가족 이외에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가까지 지내고 싶었다. 서로의 자리를 지키고,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참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어느새 환히 웃으며 여름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다른 곳으로 뛰어가는 가을이의 뒷모습에서 의연하게 잘 극복한 아이의 성장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