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읽고 쓰는 것으로도 충분한.
  • 왕의 과자
  • 이시이 무쓰미
  • 14,400원 (10%800)
  • 2023-08-01
  • : 399

"잘 가렴. 너는 또 누구를 행복하게 해 주려나."

--"내가요?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거예요?"

'왕의 과자'라는 이름이 붙은 파이는 프랑스의 전통 과자라고 한다. 처음 주현절을 축하하며 먹던 파이를 이제는 1월의 어느 날이어도 한자리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먹는다고 한다. 가족이 좋아하는 파이로 그 해의 새로운 날이 시작됨을 축하하는 의미를 덧붙이며 지금까지도 파이를 먹는다고 한다. 파이 안에는 조그만 도자기 인형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걸 페브라고 부르고 이 페브가 들어간 조각을 먹는 이가 종이 왕관을 쓰고 하루 동안 왕 혹은 왕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1년 동안의 행복을 약속받는 것이고 함께 하는 이들은 그의 행복을 빌어 주며 동시에 서로의 행복을 함께 빌어주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의식이 이 파이를 사이에 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제빵사는 페브를 파이에 넣으며 이 조그만 여자아이 페브가 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지 기분 좋은 희망을 품는다. 밀리라는 이름이 붙은 페브역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냐며 희망을 품는다.

한 가족의 새해에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이 파이는 오르고, 아빠와 엄마와 잠시 떨어져 있게 된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도 함께 자리하게 된다. 밀리는 내심 이 여자아이가 자신을 뽑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친다.

누가 밀리를 뽑게 될까요?

읽는 내내 서정적인 글과 구라하시 레이의 섬세하지만 부드러운 그림에 감정이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시린 추위보다 서로 배려하고 다정한 마음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이 가장 따뜻한 공간에 녹아드는 것 같았다. 실제로 자신의 집에서도 설날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이 '왕의 과자'를 먹는다는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작가의 말을 전하고 있다.

'"당첨!"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무척이나 즐거워지고요. 누군가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것도,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 주는 것도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작가의 시선에서 내어주는 이야기는 파이를 사 가는 여성의 모습, 순진하게 페브를 자신이 찾아내고 싶다며 티격태격하는 두 형제의 모습, 자신의 새 날의 행복을 기다리고 있었을 조용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까지 다정하게 감싸고 있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들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져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서로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 더 많이 보태질 수 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풍요로움 속에서 사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빈곤함 속에서 '희망'하고 '소원'하는 것들이 간절함을 품고 소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아는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세상에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히 품어 본다. 다른 나라의 문화이지만 그래도 역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이야기는 어떤 나라, 시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지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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