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쉘드레이크의 책은 이미 오래 전 Spirituality and History: Questions of Interpretation and Method 등 책과 작은 글들를 읽은 적이 있어 익숙하다. 영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매우 쉽고 유익하게 글을 쓰는 편이다. 다만 그의 글에서는 학자적 전문성보다는 저널리즘적인 대중성이 더 크게 읽혀진다. 어쨋든 부럽고 훌륭한 학자이다.
이 책 역시 그의 전작들과 유사하게 지속적으로 의문만을 제시한 채 정확한 답을 회피하며 넘어간다. 필립 쉘드레이크는 문제의식과 논점을 잡아내는데는 탁월하다. 다만, 그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늘 그의 책을 읽으면, "그래서 영성이 뭔데?"하는 원초적 질문이 계속 괴롭힌다. 답은 독자의 몫이라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독자는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게 되어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문제를 던진다.
워낙 단순한 문제들을 제시한 관계로 책을 읽는데 이틀 이상 필요치 않을만큼 술술 읽혀지지만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학자의 기본이다. 이책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긴 하지만 나의 결론은, 필립은 영성이 무엇인지 정확한 해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