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몇 번을 읽어도 몇 번이고 즐겁습니다. 웃기고 행복하고 따뜻하고, 외롭고 아프고 시리고 쓸쓸하고- 그 많은 마음들이 모두 괜찮다고 끄덕이는 듯 안아주는 듯 무릎을 감싸고 쪼그리고 앉아 물끄러미 우리를 올려다 봅니다. 웃기고 외롭고 아픈 마음들이 여기에 있다고, 지금 너와 내가 겪고 있는 우리의 순간들이라고 말해줍니다.
좋은 그림책은 좋은 글이 좋은 그림, 좋은 번역가, 좋은 편집자, 좋은 출판사와 좋은 종이와 좋은 인쇄소 들을 만나 생겨납니다. 좋은 그림책이 생겨나기 위해선 좋은 독자를 만나는 일도 절대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 그림책 《너와 내가》처럼 매우 중층이고도 섬세한 작품일수록 그러할 것입니다.
《너와 내가》는 글을 중심으로 주인공 소녀의 심리를 “요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읽어도 좋고, 그림을 중심으로 빨강을 따라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할아버지, 소녀, 동생 세 인물의 심리가 어떤 동작이나 도구와 함께 드러나는지를 따라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특히 세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 보고 싶다면 세 사람의 손을 따라가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림책의 시작(할아버지)과 중간(주인공 소녀 ‘나’)과 끝(동생)에 놓인 세 사람의 손에 주목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마지막 페이지에서 처음 페이지로 돌아가 이 그림책을 다시 읽게 될 겁니다. (그런 후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필사를 하게 되고, 결국엔 리뷰를 남기게 될지도 모르지요. 바로 저처럼요.) 그때 우리는 주인공 소녀가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이 무엇인지, ‘너와 내가’ 노 저으며 나누었던 스몰 토크가 얼마나 붉고 뜨겁고 강력한지를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참 오랜만에 가슴을 적시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제 가슴에 제법 깊고 넓고 단단한 뿌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북뱅크에서 쉰네 레아와 스티안 홀레의 첫 번째 그림책도 근간으로 준비중이라니, 기다림까지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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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고 할아버지가 말한다."-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