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이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고,
거기엔 "신형철이다"라는 글귀만이 적혀 있었다.
어느새 그것만으로 충분한- 그 설명이면 되는 사람/글이 되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것만으로 충분하여 이 책을 집어 들었으니.
- 나쁜 이야기들에는 몇 개의 공통점이 있는데... 몇 가지 전형적인 성격의 구현체인 인물들이 서사의 질주를 위해 필요한 대목마다 호출되고 소비되고 버려진다. 이런 식이라면 제아무리 많은 인물이 등장해도 우리는 거기서 오직 한 사람의 인물, 즉 창작자 자신만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깊이와 넓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 혹은 생각해봤더라도 절망에 빠져서 좌절해본 적이 없는, 그런 창작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