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에 걸친 타임 트래블러와의 여행이 끝나버렸다.
아주 온전한 마침표를 찍은 기분이랄까, 아쉽지만 긴 여행을 마친 뿌듯함도 있었고 너무 좋았다.
이번엔 어디로 튀려나 싶었던 우리 민호
이완이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가진 몸으로 냉큼 민호의 결혼식에 원삼 족두리 곱게 수놓아준 맘씨 좋은 친구 구월이게로 시간여행을 가버린다.
때는 병자호란을 앞둔 혼란스러운 시기
성균관 옆 반촌에 사는 구월이
반촌은 지금으로 치면 치외법권 지역으로 그네들만의 법과 규율(욕과 주먹~)로 다스려지는 엄격한 곳.
눈먼 아버지를 어린 나이에 알뜰히 모시며 사는 구월이 잠을 청하려 가끔 오시는 반궁 유사 이양시와 사랑에 빠지건만 반촌에 메여사는 노비의 처지란...
구월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온 이완과 민호는 임신이 유지되지 못한 걸로 알고선 진통제와 구충제를 복용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출혈이었을 뿐 이미 들어선 생명...
사실을 알고 난 후 처절히 고민하고 아파하는 이완과 민호의 마음.... 나도 겪어봐서 안다.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건강, 그리고 온전치 못한 몸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힘겨운 삶과 부모란 이름으로 감내해야 할 짐..... 그럼에도 내게 와준 생명이기에 어쩌지 못하는 고민까지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다.
검사해가며 지켜보려던 이완의 속마음이 무색하게 사라져버린 민호.
그러나 민호의 의지가 아닌 태중에 민호의 트래블러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가 위협을 느끼고선 몸을 피한 곳이 또다시 반촌의 구월이네 집이었으니.... 아이로 인해 시간 길이 막힌 민호와 이완은 병자호란의 한가운데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민호 씨 부부란 건 말이에요. 아무에게도 말 못하는 상처도 다 보여 주고 핥아 줄 수 있어서 부부인거에요"
아이를 품은 몸으로 병자호란을 겪으며 이완과 민호는 그렇게 정말 부부가 되어가고, 부모가 되어간다.
무능한 임금 인조, 고뇌하는 소현세자, 그리고 전란에 짓밟힌 민초들의 애환, 그리고 여인의 삶.
이완의 입을 빌어 백성들이 고통받던 그 무능의 시대를 비판하는 신랄한 작가님의 시각이 통쾌해서 좋았고, 구월을 통해 바라본 여인의 삶.... 그러나 낮고 험난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야 마는 여인의 강인함이 또 너무 좋았다.
윤이, 윤식이, 윤팔이, 두나..... (이름 고자인 내겐 너무 어려웠지만) 앞에 이야기에서부터 주욱 이어진 인연으로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이 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구월이 놓던 고운 수처럼 오밀조밀 잘 엮어 깔끔하게 맺어주신 작가님도 넘나 사랑한다.
처음 타임 트래블러를 보았을 때 "아오~ 쉣" 따위를 외치는 민호를 내가 이렇게나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성격 까칠한 독설가 이완도 그랬겠지?
그러나 민호의 단순함 속에서 빛나는 그 곧고 바른 지혜와 현명함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까?
이완과 민호와 함께 웃고 울던 시간들.
딸아이에게도 꼭 읽히고 싶은 자랑스러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