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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chay님의 서재
  • 동경 엔딩
  • 다미레
  • 8,100원 (10%450)
  • 2017-01-16
  • : 77

비릿한 바닷바람이 부는 작은 마을의 오래된 영화관에서 이웃들의 도움으로 자란 버려진 아이 유라이.
'순정 영화관'에서 표를 팔던 미자 할머니, 간판을 그리던 최 씨 아저씨, 다방에서 커피 배달하는 미스 나 언니, 극장 옆 사진관의 창 아저씨....

느린 속도로 흑백 필름이 돌아가는 느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들이 버린 아이인 유라이는 '순정 영화관'에서 행복하면서도 아픈 유년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의 꿈을 좇아, 붙잡는 미자 할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서울로 향한다.

그렇게 서울에 와서 또라이 소리를 들을 만큼 독하게 제 고집대로 일해서 인정받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딘지 불안정하고 여린 아이의 내면을 지니고 있는 유라이.

배우 진현과의 스캔들을 피해 강하루 대표가 권하는 대로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간 유라이는 강하루 대표의 남편인 남궁환 감독의 소개로 왔다는 김연수와 같은 멘션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미자 할머니의 평생의 사랑이었던 남편이 살았던 도시 동경... 도쿄에서 라이와 연수가 조용한 동네 뒷골목을 거닐고, 슴슴하니 간을 맞춘 맛깔난 식탁을 두고 조금씩 마음을 터가는 이야기가 참 좋다.

아픈 줄도 모르고 죄 물어뜯어 피나고 곪아가는 라이의 손가락보다 더 아픈 기억들.
자신을 사랑해주던 분들을 버리고 떠나온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며 과거에 메여 힘겨워하는 라이를 위한 선물처럼 툭 나타난 미륵불 김연수.
사랑받음도 기쁘지만, 내가 가진 상처를 이해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선물은 아닐는지.
연수가 건네는 말들은 어딘가 심장을 꼭 쥐는듯한 느낌이랄까
다정하면서도, 담담하고, 이해를 품은 말과 눈빛이 너무 좋았다.

추억이 깃든 영화며 포스터, 동경 변두리 골목의 고즈넉한 느낌....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기면서도 작가님의 날카로운 위트로 쨍하니 존재를 드러내는 글귀들은 정말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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