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달빛 식당
꼬막 2019/01/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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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 달빛 식당
- 이분희
- 11,700원 (10%↓
650) - 2018-03-15
: 28,807
나쁜 기억.
지우개가 있다면 슥삭 지워버리고 싶고, 버릴 수만 있다면 당장 끄집어내 던져버리고 싶은 기억들.
누구나 그런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감추고 싶은 비밀같은 기억들.
아마도 그 기억들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들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할 때마다 날 선 기억들이 가슴 어딘가를 쿡, 찌를테고.
나쁜 기억은 왜 이토록 선명하게 남아 마음을 괴롭히는 걸까? 고통만이 인간을 성장시킨다는 말처럼 아픔, 슬픔만이 인간을 더 깊어지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의 내면을 면밀히 살피고 타자와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기억들이 필연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연우가 나쁜 기억을 지웠다가 다시 돌려받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기억이든 외면하고 등을 돌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당당히 마주하고 극복해야만 진정 지지않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내가 이 동화에서 눈길이 갔던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아버지의 고백 장면.
"...아빠가 더 창피해.아빠도 그동안 네 엄마없이 산다는 게 무서웠어.그래서 늘 숨고 싶었어. 내가 진짜 겁쟁이야. "
이 짧은 한 문장이 가진 힘을 나는 믿는다.
아빠의 수줍은 고백은, 진심이 담겨있기에 연우의 마음에 가 닿는다.
다 큰 어른이지만, 강해보이는 아빠지만, 어린 연우와 마찬가지로 아프고 괴로울 수 있다는 것. 또 생채기 난 여린 속을 보여준 아빠의 용기 만으로도 연우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을 것이다.
'나만 힘들고 외로운 게 아니었어..!'
진심어린 아빠의 고백은 자신의 상처만 들여다보던 연우의 시선을 내가 아닌 타인의 상처에까지 닿게한다. 넓어진 시선은 '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로 다져질거라 믿는다. 연우의 세상은 이제 한층 넓고 단단해지리라.
기억의 의미와 진심의 힘. 그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죽음), 외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동화, 한밤중 달빛 식당.
오래 오래 사랑받는 동화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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