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적 판매점인 “소서런”(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이라고 한다. 1761년에 영업을 시작한)에서 새로 일하게 된 작가(이것도 실제 경험이라고 한다)가, 자신의 새 직장에서 경험한 온갖 모험(?)들을 재치 있는 문체로 묘사해 낸 반 에세이, 반 환상문학(?)이다.
여기에 계속 괄호 안 물음표를 붙이는 이유는, 이런 종류의 책들 특유의 과장과 풍자가 아주 진하게 묻어있기 때문이다. 거의 도시전설급 던전으로 묘사되는 소서런은, 아무도 열 수 없는(열쇠를 분실해서) 의심스러운 금고가 도처에 있고, 지하 창고에는 직원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뭔가 무시무시한 게 있는 것 같고, 영국 어딘가 있다는 “창고”들 중 하나의 위치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책에 묘사되는 소서런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아날로그적인 일처리 방식에 기초해 온갖 수기로 작성된 문서들이 탑처럼 곳곳에 쌓여있고, 책장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들은 그걸 담당하는 직원들만 알 수 있는 논리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데, 가끔씩 이상한 방문자들로 이해 평화가 깨지거나, 책을 팔러, 또 사러 오는 사람들과 미묘한 신경전이 쉬지 않고 일어나는 그런 곳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조용한 이미지.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아마도 “약간”의 각색을 더해) 쓰였다는 게 재미있다. 이 정도면 고서점이라는 장소 자체를 일종의 관광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체험형 서점이라.. 뭔가 필이..
어쩌면 고서점에서 파는 건 오래된 책 자체만이 아니라, 그 책에 얽힌 이야기도 함께 파는 게 아닌가 싶다. 갈수록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판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지점도 이 부분이 아닐까.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나아가 책을 파는 사람들도 각자의 스토리를 갖는 그런.
사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책이라는 게 다 같은 건 아니다. 내 경우 여기에 나오는 “고서적” 같은 데는 별 취미가 없는지라,(수집욕은 C. S. 루이스를 제외하고는 없는 데다가, 그나마 초판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애착도 없다. 내게 중요한 건 내용이니까) 집에도 고서적 같은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책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이상 여기 나오는 이야기들이 영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기 읽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