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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쥐보스의 서재
  • 카프네
  • 아베 아키코
  • 16,200원 (10%900)
  • 2026-03-18
  • : 27,825


괴물들이 있는 곳에서 겨우 탈출하고 나서 인생 뭐 있어 하는 생각에 물욕이 터져 버렸다. 무언갈 살 때만 겨우 사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쿠폰을 주길래 하루에 한 권은 책을 샀다. 과자와 음료수, 커피도 사서 쟁여 놓았다.(지금은 전쟁 시기니까.) 그리하여 책꽂이에 책은 이중으로 꽂히고 옷장은 옷으로 빡빡하고 살은 토실토실 올랐다. 


그렇게 물건을 사서 쟁이는 사이 마음은 더욱 공허해지고 집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어느 날 바닥에 묻은 얼룩을 닦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찌든 때로 바닥은 미끌 거렸고 몇 번을 닦아도 검은 얼룩이 계속 묻어 나왔다. 이마를 때렸다. 정신, 차리자. 잘못을 반성하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무릎을 꿇을 수밖에는 없다고) 바닥을 닦았다. 


서점 앱은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그동안 사둔 책을 키 순서대로(이상한 강박.) 꽂아 놓았다. 그중에 한 권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왜 이 책을 샀을까. 그날의 기분은 떠오르진 않았지만(아무래도 책 소개에 혹해서겠지. 이 책을 읽으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이곳에 책이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 읽어 나갔다. 


아베 아키코의 『카프네』를. 제목이 다소 생소한데 친절하게도 책의 뒷날개에 뜻을 적어 놓았다. (사소한 다정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 카프네는 '사랑하는 사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겨주는 행동은 뜻하는 포르투갈어. 소설 속 가사 대행 서비스 업체의 이름'이다. 그런 날 있다. 누군가 나의 집을 깨끗하게 치워주진 않을까. 집에 들어가기 전 기대하는 날이. 


어제와 오늘 아침의 내가 벌여 놓은 짓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엉뚱한 상상을 하는 날.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쓰레기와 머리카락과 바닥의 얼룩이 나를 반겨준다. 이제 그만 사야지. 필요한 게 아니라 필요를 만들어서 사는 거잖아. 나를 어르고 달래보지만 쇼핑 앱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멈출 수 없는 날들에 『카프네』가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남동생을 잃은 가오루코는 현재 제정신이 아니다. 사이가 좋았던 남동생이었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여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젊은 남동생은 유언장을 써 놓았다. 거기에는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일부의 유산을 전여친에게도 상속한다는 내용과 함께. 


누나 가오루코는 남동생의 유언을 들어주고 싶기에 언젠가 한 번 본 남동생의 전여친 세쓰나를 기다리고 있다. 유산의 일부를 받아달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약속 시간에 늦은 세쓰나는 투박하고 불친절한 사람이었다. 동생의 유산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가오루코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세쓰나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가오루코의 집까지 그녀를 데려다준다. 


엉망진창인 가오루코의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대로 집도 치우지 않으면서 청소와 정리 영상을 열심히 본다. 보고 있으면 힘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카프네』는 가사 대행 서비스에서 일하는 세쓰나와 얼떨결에 그곳에서 자원봉사 일을 시작하게 된 가오루코의 변화를 보여준다. 오늘까지는 엉망진창이었지만 쓰레기를 먼저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달라지는 내일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나도 할 수 있다. 너도 마찬가지야. 일어나 봐. 머리를 묶고 쓰레기봉투를 찾아.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담아. 힘이 들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고 다시 움직이자. 


가오루코와 세쓰나가 토요일마다 가정에 방문해 집을 치우고 음식을 하는 모습에서 기운을 얻는다. 사람은 먹고 잘 자는 것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토요일인 어제는 계속 잤지만 오늘은 일어나서 겨우내 입었던 옷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사 놓은 책을 읽었다. 계속 읽어갈 예정이다



이렇게나 책이 많으니까. 우울해하지 말자!(권또또님의 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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