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을 살지만 내일도 어김없이 살아야 할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 오늘이 슬펐다면 내일은 조금 기뻐질 수 있도록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곤 합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아침에는 비우기. 아트박스나 모던 하우스에 들어가서 신상 물건 구경하기. 신간 책이 나왔다면 한 권씩 사기. 써 놓고 보니 모두 소비와 관련한 것들이네요.
물건을 사는 즐거움 그러니까 소비로서 내일이 조금은 괜찮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방법을 찾아냈지만 이는 통장 잔고 사정을 생각하면 지양해야 할 행동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문 앞에 놓여 있는 택배 상자를 보면서 잠시 마음이 환해지는 순간에 나를 세워 놓습니다. 광고라는 걸 알면서도 영상을 보며 쓰임새를 찾아내는 저녁의 나를 어쩌지 못합니다.
오하림의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물욕을 다스리지 못하는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일본 광고의 문장들을 가져와 지쳐 있는 오늘의 나를 다독입니다. 괜찮아. 여행도 휴식도 소비도 너에겐 모두 필요한 일이야 하면서요. 70개의 일본 광고 카피가 실려 있으면서 이를 해석해 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습니다. 광고의 종류도 다양해서 여러 업체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배당받은 하루치의 사회인 역할극을 끝내고 돌아와 누우면. 다들 무얼 하시나요. 이미 에너지는 바닥났습니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갓생 영상에 자극을 받아 책상 앞에 앉으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대로 누워 있습니다. 꼭 필요하진 않은데 사고 나면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거나 다정하게도 나만을 위해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영상을 끊임없이 위로 올립니다.
그런 저녁에. 『일본 광고 카피 도감』에 실린 광고 카피를 하나씩 읽어갑니다. 종이 위에 많은 활자를 보기는 힘들어서 딱 이 정도 분량의 문장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면서요. 한 줄의 문장.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문장이지만 그 안에 '사람'과 '위로'를 찾아냅니다. 그야말로 엄선한 한 줄의 문장을 지친 나에게 가져다줍니다.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까요.
당연하죠. 책을 읽는 우리는 이런 호사를 누리고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책을 읽는 저녁을 지나 어제와 같은 오늘이 찾아오죠.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달립니다. 배차 간격이 15분이라서요. 사람이 많아 늘 서서 가지만 그래도 오늘 버스 타기에 성공했네 작은 성취감이 듭니다. '마음에, 모험을' 어제 읽은 『일본 광고 카피 도감』에 실린 신초샤 여름 추천 도서 100선의 카피를 떠올립니다.
출근길 버스 타기이지만 이런 한 줄이면 어떨까요?
'어른은 모두, 여행의 도중'(JR 동일본·기차여행)
버스에 실린 나의 모습 위로 말이죠. 마음에 모험을 담고 이 길은 여행의 도중이라는 생각을 하면 책가방을 앞으로 메지 않고 뒤로 맨 채로 서 있는 학생의 등도 예쁘게 봐줄 수 있는 거죠.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을 읽으며 이런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문장이 떠오르면 스쳐 가는 걸 보고만 있었는데 어쩐지 이 문장은 쓰고 싶어졌습니다.
엄마 나는 잘 지내, 그럭저럭.
어떤 제품의 광고 카피로 적당할까요. 생각을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