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읽기가 심각해질 때 (소설 읽기가 심각해질 때가 있을까. 사는 게 더 심각하지. 그럼에도) 김홍의 소설을 한 편씩 찾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괜찮다. 읽을수록 황당한데 황당함이 납득이 되면서 괜찮아진다. 처음으로 읽은 소설은 『엉엉』이었고 두 번째는 『프라이스킹!!!』. 위원회 3부작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인생도 이렇게 엉망진창인 것 같은데 의외로 순서가 있듯이) 순서에 맞게 읽었다.
위원회 3부작의 순서는 『엉엉』, 『프라이스킹!!!』, 『말뚝들』이다. 고급 정보 하나.
본체가 떠나고부터 엉엉 우는 이야기(『엉엉』), 무엇이든 팔지만 다 팔지는 않는 아이러니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이야기(『프라이스킹!!!』), 어느 날 죽은 자들의 형상화 말뚝들이 도심 곳곳에 출몰해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 이야기(『말뚝들』)까지. 읽으면서 당황스럽지만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는 담백함 때문에 그럭저럭 소설의 개연성 따위 생각하지 않게 해준다.
『여기서 울지 마세요』도 특별하다. 김홍은 울음 귀신에 단단히 씌었나 보다. 『엉엉』 울라고 하는 것 같다가 『여기서 울지 마세요』 정중하게 울음을 그칠 것을 강요한다. 대놓고 『말뚝들』을 보여주면서 울어버리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울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는 여덟 편의 이상하고 낯선 웃음을 가진 소설이 담겨 있는 소설집이다. 개 두 마리를 공원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 「실화」에서부터 크리스 아저씨를 트럼펫 연주자로 기억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설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를 지나 혁명을 꿈꾸며 나간 과장의 빈자리를 대신해 회사의 축제를 이끌어 가야 하는 「신년하례」의 황당함을 지나면 계속 황당한 유머 같은데 유머라고 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소설들이 계속 이어진다.
좀 이상하고 낯설지만 소설이 납득이 가는 나 자신이 이상해진 건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나란 사람은 소설을 읽기 전에도 원래 이상했다는 걸 깨닫고 나면 김홍 소설이 심상치 않다고 느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는 이입을 할 수 없는 병을 갖고 있는지라 (그러니까 개연성이 부족한)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우주로 가거나 시공간을 넘나들면 소설을 탁하고 덮는데 김홍 소설은 산으로 우주로 시공간으로 자유자재로 배경을 바꾸는데도 그러려니 넘어가면서 재미까지 느끼게 된다.
거짓말인데 너무 거짓말이니까 차라리 믿고 싶어지는 그런.
인생을 날로 먹으려는 생각도 없었고 항상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에게 뺨도 맞고 배신도 당하고 나서는 그러면 정신을 차렸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정말 뭣 같네 하면서 우는 날로 사계절을 보내고 있다가 실패도 좌절도 허무함도 원래 표정이 없는 사람처럼 무표정으로 받아들이며 택배 상하차를 하고 택시 운전을 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다 보니 아침에 귀신처럼 누워만 있진 않게 되었다는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
정말 나를 찾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