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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쥐보스의 서재
  • 못된 말 장례식
  • 김성은
  • 12,150원 (10%670)
  • 2025-08-29
  • : 2,820



여기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아니 여기 한 권의 시집이 있습니다. 아니 아니 여기 한 권의 동시집이 있습니다. 책은 동시집이 시집이 되기도 합니다. 제목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못된 말 장례식』이라니요. 시인의 말에 나오는 내용처럼 서점에 간 아이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인 『못된 말 장례식』을 소중히 골라서 집으로 나옵니다. 첫 동시집을 낸 시인의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정작 아이였을 때는 동시집을 읽은 기억이 없네요. 무얼 하며 놀았는지도요.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왜 동시집은 읽어본 적이 없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아이는 자랐습니다. 어엿한 어른이 된 건 아니고요. 좀 어설픈 어른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매일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있기도 합니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 같은 동시집 『못된 말 장례식』을 펼칩니다. 


편지지를 사본적이 오래되었네요. 지금도 구름, 하늘, 나무, 집, 소녀가 그려진 편지지가 있겠지요. 그 편지지를 사서 『못된 말 장례식』에 나오는 시를 옮겨 적으며 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시부터 읽어갑니다. '처음엔 꿈이었어'로 시작합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무거워서 껌으로 만들었다가 잘못 삼켜 똥이 되었습니다. 꿈은 껌으로 그리고 똥으로 마지막에는 시로 나타납니다. 놀라운 시적 흐름입니다. 


아마도 아이가 가장 궁금했을 시 「말의 장례식」은 오랫동안 나의 말생활을 반성하게 합니다. 말은 말[馬]이 아닌 말[言]입니다. 들판을 뛰어가는 그 말이 아닌 우리가 매일 하는 말이 죽습니다. 다들 믿을 수 없고 안타까워하고 후회하죠. 특히 손의 혼잣말이 인상적입니다. '손은 나만 바쁘게 생겼네. 앞으론 다 글로 써야 할 거 아냐.'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말을 할 때 신중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긴박한 상황에서는 말이 필요합니다. 손은 그걸 알고 있어 말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못된 말 장례식』에는 말에 관한 시들에 주목하게 됩니다. 꼭 필요한 말을 남기는 「말 꼬치」. 배배 꼬인 나의 마음을 풀어주는 다정한 한 마리를 해주는 「꽈배기 그네」. 시는 말의 그네에 태우고 나를 또 다른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갑니다. 할머니와 살았던 시절과 엄마의 꿈을 응원하고 싶은 시간으로요. 어른의 시간으로 넘어온 아이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고 선언합니다. 


가을이라고 하기엔 조금 덥지만 가을이 문 앞에 도착해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비가 많이 왔고 하늘은 높아졌으니까요. 문을 열어 가을을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잘 왔어. 오느라 많이 힘들었지. 이제부터 너의 시간이야.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못된 말 장례식』을 건네줍니다. 책의 첫 장이 살랑하고 넘어갑니다. 가을의 얼굴에 웃음이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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