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열대야가 아니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더운 밤이지. 비가 오기 전의 어두운 하늘 그대로 밤이 되었다. 한참 전부터 읽어야지 했던 소설을 집어 들었다. 오늘은 꼭 도서관 가야지 했지만 결국 가지 않은 엔딩을 맞이한 밤. 집에도 읽을 책이 잔뜩 있으니까. 몇 장만 읽다만 책이 꽤 되니까. 다 읽고 비우고 가자. 나 스스로를 위로한다.
최유안의 『백 오피스』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으려나 그래서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려나 걱정이 들긴 했지만 나는 독자니까 그건 작가가 다 만들어 놓지 않았겠어 느긋하게 읽었다. 일하는 여성들이 나오는 소설. 서로를 믿는 건 아니지만 서로를 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 뭘 하는 거야 하겠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이 『백 오피스』에 등장한다.
일하는 남성들은 고민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의심.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나온 나를 자책에 빠뜨리지 않는다. 출근을 한다. 일을 한다. 퇴근을 한다. 집안일을 도와준다. 도와준다의 개념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시혜적인 마음이 되어 오늘 괜찮았지 그런 마음으로 잠이 든다.
일하는 여성들은 고민과 의심과 한숨과 자책과 눈물로 하루를 보낸다. 『백 오피스』의 강혜원 역시 그런 인물이다. 남편이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아이를 돌보지 않은 혜원을 미워한다. 육아휴직을 써서 승진 누락을 경험한 혜원은 어떻게든 버텨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홍지영 역시 힘들게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번번이 오균성과 업무 충돌을 한다. 작은 기획사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임강이는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세 여성이 보여주는 일잘러의 모습. 『백 오피스』는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평등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기획한 행사는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을까보다는 행사가 끝난 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졌다. 일은 끝나도 삶은 계속되니까. 일이 끝난 거지 삶이 끝난 건 아니니까. 유해한 낮을 살아냈다면 무해한 밤에 누워서 울든 웃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