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삼 단어가 낯설 때가 있다. 그럴 때 사전을 찾아서 뜻을 헤아려본다. 요즘 독해력이 떨어졌는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한참을 멍하니 있다. 얼마 전에는 해제라는 단어가 그랬고 앤솔러지 소설집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에 실린 이서수의 소설 「청춘 미수」의 미수가 그랬다. 뜻을 찾아보자. '목적한 바를 시도하였으나 이루지 못함'이란다.
청춘이라는 단어 뒤에 있으니 그럼 청춘을 시도하였으나 이루지 못함 정도가 되려나. 아닌데 미수는 소설의 주인공인데. 그래도 잘못된 독해를 하고 싶다. 미조(이서수의 「미조의 시대」의 그 미조.)도 그렇고 미수도 그렇고 왜 다들 그렇게 슬프고 힘들까. 천변에서 울고 있는 미수. 하도 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어서 꿀알바를 제안 받은 스물셋의 미수. 소설을 읽는 밤에 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녀서(진짜 날파리도 있고 비문증이라 환시로 보이는 날파리도 있고) 눈을 크게 떴다.
스물셋을 주제로 쓰인 여덟 편의 소설을 차례로 읽어간다. 그중에 한 편은 읽지 않았다. 어떤 소설을 읽지 않았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소설이 소설 같지 않아서(소설이 소설 같은 건 뭘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과감하게 읽지 않음을 선택했다. 나 자신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거에 칭찬한다. 스스로를 칭찬해 보기. 새롭게 시도해 보고 있다.
김청귤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마법소녀, 투쟁!」은 소재나 발상이 신선했다. 신선을 쓰려다 선선을 쓸 뻔했는데. 신선의 자리에 선선도 들어맞을 것도 같다. 괴물과 싸우는 마법소녀들의 탄생. 스물셋이 되면 마법소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빵집을 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욕망을 가진 주인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일어나는 게 중요해. 언제까지 누워 지낼 수는 없잖아 하지만 언제까지나 누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나 빼고 전부 망했으면 좋겠다의 마음을 가진 스물셋은 나도 망했으면 좋겠네 하는 시간으로 진입할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딴 쌉소리 말고 아프지 않아야 청춘이고 아프면 의료보험 적용되는 좋은 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청춘이다. 나를 갈아 넣거나 마음을 없애지 않고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를 벌면서 밤 10시에 누워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청춘으로 살아가야 한다.
미수야. 괜찮아. 이런 말을 하는 나는 괜찮지 않지만 너는 괜찮아. 스물셋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