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돼쥐보스의 서재
  •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 최진영
  • 16,200원 (10%900)
  • 2025-06-23
  • : 8,620


출판사 무제 유튜브 채널에서 웃기고 귀엽게 소개하길래(실제 책도 귀엽다. 주머니에 쏘옥 들어가는.) 최진영의 산문집의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을 샀다. 배우이자 출판사 대표 박정민은 책 영업도 잘한다. 아직 그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산 책들을 자랑하는 영상을 다 보지는 못했다. 그거 다 보면 책을 또 잔뜩 살 거 같아서.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인데. 몇 백만 원어치를 사면 어떤가. 출판계의 빛과 소금으로 남겠지.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을 천천히 읽었다. 책이 작고 아담해서 앉은 혹은 누운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주로 오후에 읽었는데 더워도 너무 더웠다. 땀이 난 상태로 조금씩 읽다가 이러다 더위 먹겠지 싶어 에어컨을 조금씩 틀고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잔말 말고 파워 냉방으로 틀어! 이러다 다 죽어. 


박 사장님의 책 소개대로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은 창작 노트인척하는 창작 기원 내지는 창작 요망 노트이다. 매일 글을 쓴다는 사명하에 매일 글을 써보지만 장편 소설을 써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서도 언제 장편 소설을 쓸지 알 수 없는 소설가의 자기 희망고문기이다. 나는 장편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스스로를 희망 고문한다. 한화 이글스의 1승을 염원하는 마음은 덤이다. 


나도 한때 야구에 미쳐 있었는데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서 멀리했다. 승리와 패배에 따라서 밤의 기분이 달라지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그야말로 진정한 팬이 될 기회를 걷어찼다. 제주로 이사해놓고 글만 쓰다 보니 작업실에서 바라보는 구름과 하늘의 풍경이 전부인 소설가. 부지런히 글을 쓰고 북토크를 하며 해야한다와 한다 사이를 요리조리 잘 왔다 갔다 하는 소설가. 


주머니 속 창작 노트에는 그날의 날씨가 담겨 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은 맑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에는 강풍이 불어온다. 주머니 속에서 기분들이 맑았다가 흐렸다가 자기들끼리 싸운다. 그러다 화해를 해서 장편 소설을 쓴다. 매일의 글쓰기와 매일의 야구.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에는 자주 살아보자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이 빈번하게 나온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일.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란을 꺼냈다가 생각난 김에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밀었다가 책의 위치를 바꾸고. 그런 나의 모습이었는데 소설가도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요즘 들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닐까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에 빠져 있었는데 아직은 괜찮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일기를 쓰진 않지만 책상에 앉으면 기분, 상태, 사고 싶은 것, 해야 할 일 정도를 적는다. 매일 쓴다고는 안 했다. 책상에 앉으면이라고 했다. 토일월화수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목요일 정도 되면 활력 지수가 5 정도로 올라온다. (10까지 올라올 일이 있을까.) 5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다짐을 하고 미래의 일을 계획한다. 그러다 다시 점점점.


진짜로 매일 글을 쓴다고 외치는 소설가의 산문집에 밑줄을 긋고 나는 진짜로 매일 살고 있다고 옆에 적는다. 더위를 잊고 도서관에 가볼까 생각만 한지 며칠째. 필요 없는 물건을 매일 하나씩 버리려고 하고 청소는 매일 한다. 오늘은 목요일이니까 이제부터 매일 책상에 앉아 글을 써보자 마음먹는다. 쓸 때가 되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