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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쥐보스의 서재
  • 영원에 빚을 져서
  • 예소연
  • 13,500원 (10%750)
  • 2025-01-25
  • : 11,485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예소연의 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의 등장인물 동이와 란 그리고 석이는 지난 시간을 두고 그렇게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과거는 오해투성이였다. 서로를 미워하다가 오해하고 끝내 멀어지고야 말았다. 가난한 말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 또한 남는다. 


동이는 혜란과 석이를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난다. 4개월간 봉사 활동을 하면 평균 학점을 이수하게 해주며 체류비까지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 팀이 된 그들은 캄보디아로 떠난다. 바울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시간은 흘러간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다가도 조금씩 어긋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해에서 오해를 하기까지. 반대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오해를 하다가 이해를 하는 것으로. 이제 안다. 이해나 오해의 절차도 없이 서로를 미워하는 힘으로 살아간다는걸. 


바울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행사를 치르며 셋은 바다 위에서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그 무력한 시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원 구조라는 오보 뒤에 피맺힌 절규의 모습을 봐야 했다. 아직도 배가 침몰한 원인과 왜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 11년의 시간이. 


그리고 또 죽음이 있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간 것뿐이었다. 더위는 사라지고 가을의 서늘함 속에서 내일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혼잡할 것이라는 상황 예측이 가능했고 신고는 잦았는데 출동은 하지 않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 안 되는 거였다. 


『영원에 빚을 져서』는 세 사람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죽음을 어떻게 오해하지 않을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서로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었어야 했다. 바울 학교에서 만난 학생 삐썻은 캄보디아 프놈펜 물 축제에서 일어난 죽음을 들려준다. 사람들이 먼저 입장하기 위해서 다리 위로 몰려들었다. 그 죽음과 이 죽음은 다른가. 


어떻게든 죽을 수 있다. 동이는 죽은 엄마를 위해 꺼삑섬의 위령탑 앞에서 기도를 드린다. 엄마의 평안을 위해. 그러다 되묻는다. 엄마의 평안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나. 우리는 영원할 수 없는 나약한 삶에게 빚을 지고 산다. 대출이자와 원금은 일해서 조금씩 갚으면 되는데 오해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와 죽은 사람들과 나에게 진 빚은 어떻게 갚아 나가나. 


오늘 내가 괜찮고 무사한 것으로 갚아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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