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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쥐보스의 서재
  •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
  • 김중혁
  • 18,900원 (10%1,050)
  • 2025-02-28
  • : 2,780



평행우주식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나는 이곳의 나보다는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으면 한다. 어떠한 말에도 상처받지 않고 슬픔에 굴하지 않으며 강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게으르게 주말을 잠으로 보내지도 않고. 기록과 반성을 숨 쉬듯 하면서. 


김중혁의 신작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을 읽어 놓고도 책의 펀딩까지 한 책인데도 바로 리뷰를 쓰지 못해서, (누구한테?) 미안. 책 안에 든 엽서에 내 이름 있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은가. 길가에 핀 꽃에 화단에 핀 꽃나무에 오래 눈이 머무는 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해서 그런 것 같다. 


정작 나는 봄인지도 몰랐는데 꽃이 그 무심하고 새침한 얼굴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은 소설과 에세이가 뒤엉켜 만든 신개념 혼합 우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소설과 에세이와 사진도 함께 엉켜 있다. 소설가 김중혁이 직접 찍은 사진들. 휘릭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하늘, 꽃, 나무, 저녁의 어둠을 찍은 사진에 오래 눈이 머문다. 


대부분 꽃과 하늘이 많이 찍혀 있다. 그도 꽃이 좋은가 보다.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이 좋은가 보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쳐다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나 보다. 짧은 소설과 책에 관한 에세이가 실린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은 다른 우주의 나와 이곳의 내가 동시에 읽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래그래 모든 우주에 살고 있는 나들이여 같이 행복하고 고민은 짧게 하면서 맛있는 점심과 디저트를 먹으면서 웃어보자. 좋은 일들을 기다리는 것보다 좋은 일을 하나씩 만들어 가보자. 저녁을 먹고 잠깐 앉아 있어야지 했는데 스르륵 잠이 들어 깨어보니 새벽 세시의 어느 날도 좋았다. 펀딩 하는 책을 구매하고 책이 오기를 기다리고 바로 읽지는 않고 조금 시간을 두었다가 읽고 읽고 나서도 시간이 흐른 뒤에 감상을 적어보는 일까지도. 


책은 우울에 빠지려는 나를 손잡아 준다. 인터넷 서점은 그런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부분 아는 것 같아 (조금 무서움) 자주 할인쿠폰을 준다. 장바구니에 넣어 놓은 책을 사렴. 네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잖아. 서두르자. 오늘 안 쓰면 날아간다. 밥을 먹으면서 이 장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데자뷔를 느끼는 건 다른 우주의 내가 좋은 기분을 느꼈다는 것. 


책을 사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먼지를 닦아 내고 이불이 마르기를 기다린다. 인생이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에 죽고 싶을 때. 


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얼마가 되었든 그런 건 괘념치 말고 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보자. 여러 우주들에 살고 있는 나와 만나면서 하이파이브를 해보자. 사랑한다는 말도 꼭 해주고. 돌아와서 총각김치에 라면을 끓여 먹어보자. 힘이 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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