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식으로 울기 좋은 밤이 또 어디 있었을까.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날도 있었지. 울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터져 나오는 울음에 순종한 적도 있었지. 오늘이 울기 좋은 날이면 울어야지. 참으려고 하지 않고. 그렇게 울어 버려서 코가 막히고 축농증이 찾아오고 향기와 악취를 구분하지 못했다. 좋았던 건 음식물 수거차가 지나가도 인상을 쓰지 않은 것. 싫었던 건 책상 위에 놓아둔 디퓨저의 향기를 상상만 해야 했던 것.
장진영의 소설집 『마음만 먹으면』을 읽고 제목을 가져와 나에 대해 말해본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음 음. 아차. 나는 마음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긴 사람이지. 마음을 먹으면 실천하고 행동하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야 하는데. 나는 웬만해선 마음을 먹지 않는 사람이야. 그래 그런 사람이야. 계속 오래 생각만 한다. 그래도 한 번 마음만 먹으면 빠르게 움직이죠? 물어도 마음을 먹어도 그 마음에 대해 오래 생각한다는 대답을 들려줄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에는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곤희」와 「마음만 먹으면」, 「새끼돼지」. 세 편의 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렇게 말하는 거 무책임한 거 아는데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우울의 무드 안에서 이상한 발칙함이 소설 곳곳에 깔려 있다.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기를 즐기는 곤희를 잠깐 보살피며 나를 돌아보는 이야기 「곤희」를 통과하면 섭식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정신 병동에서 지내는 일상을 그리는 「마음만 먹으면」이 손을 흔든다. 어서 와 이런 불편한 바이브는 처음이지?
「새끼돼지」까지 읽고 나면 더 마음이 답답해진다. 친척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어색함과 불안함까지. 장진영의 특기는 어색함, 불편함, 고단함, 냉소의 마음, 비꼬고 싶은데 참아내는 숨 막힘의 정서를 표현해낸다는 것이다. 일단 책을 많이 사서 쟁여 놓는 이유는 책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권씩 읽어내며 어디 내 마음을 표현해 놓은 문장이 없나 찾기 위해서이다.
책을 펼쳐볼 힘조차 없을 때는 울 준비를 한다. 어제의 분노는 사라지지도 않고 오늘로 적립되었고 치사하게 구는 내가 싫은데 그대로 놔둔다. 나의 부족함과 미성숙함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 같아서 속상하다. 『마음만 먹으면』에는 소설 말고 에세이가 한 편 더 실려 있다. 소설이 끝나버려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 없는 없는 독자를 향한 애교 같은 에세이. 모두 아파도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