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필요의 탄생』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푸른숲 출판사, 2021년 1월 22일 출간
원제는 REFRIGERATOR -The Story of Cool in the Kitchen- 단순히 '냉장고'로 해석되는 원제가 담당 편집자들의 고민 끝에 꽤나 관심을 끌 법한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애써주신 편집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출판사에서 출간 후 필요한 일들을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순서대로 착착 잘 해주어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서평도 많이 올라왔다. 이 책만 보면 정말 좋은 일이긴 한데... 작년에 다른 데서 나온 『마이클 조던』의 마케팅 전개 상황과는 심하게 비교되는 수준이라 놀라운 한편으로 속이 쓰리기도 하다.
일을 맡기 전에는 분량이 많지 않고 사진이 많아서 쉽게 생각했으나... 번역의 세계에서 언제나 예상과 실전은 다르다는 교훈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한 책.
완성한 번역문과는 관계가 없지만 그 전에 알아둬야 할 배경지식이 하도 많아서 자료 조사에 허리가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엎드려서 일을 하기도.
문장 간의 연결이 너무 헐겁다고 해야 할까, 내용이 툭툭 끊어진다고 할까, 저자가 박물관 큐레이터인지라 정보를 많이 제시하기는 하나 단편적일 뿐더러 갑자기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서 부드럽게 연결하려고 정말 골머리를 앓았다.
편집된 결과물을 보니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잘려나간 부분이 좀 있다. 글 다듬는 데 많이 공을 들였고 교정 상태도 중간에 한 번 봤으니 괜찮겠거니 하고 넘어갔다가 속이 쓰린 결과를 맞았다. 마지막에 한 차례 더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보다. ㅠㅠ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바뀐 문장도 적지 않은데, 그로 인해 발생한 오류 같은 것은 다 정리해서 출판사에 보냈다. 요즘은 2쇄를 찍는 책이 드물기에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재쇄가 가능하다면 모두 고쳐서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