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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함과 게으름의 사이 그 어딘가

마이클 조던 전기에 나오는 웃긴 일화 하나. 



대충 위 시기의 상황이 어땠는지 축약해보자면...


1987년, 마이클 조던이 자신을 보조할 선수들을 간절히 바라던 시기에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가 시카고 불스로 입단한다.


당시 조던은 아칸소 대학 출신의 무명 선수 피펜에게 애초부터 별 기대를 하지 않았고, 클렘슨 대학을 나온 그랜트의 경우는 조던이 늘 바라마지 않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출신의 후배 선수 대신 선발되는 바람에 그에게 '등신' 같은 놈이라며 수시로 욕을 먹게 된다.


입단 초기에 피펜과 그랜트는 '경기를 뛰지 않아도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철없는 소리를 해댔고 또 피펜은 어느 날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자 너무 슬프다며 훈련장에도 오지 않았다.


그랜트는 그런 피펜을 곁에서 위로하겠다며 어시스턴트 코치인 조니 바크에게 전화했지만 바크는 신입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불같이 화를 냈다.


마이클 조던 역시 아직 프로선수이자 팀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지 못한 후배들에게 분노를 느꼈고 결국 훈련 시간에 매번 그들을 '박살' 내버렸다.


그 뒤는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결과적으로 피펜과 그랜트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극심한 시련 앞에서 훌륭히 성장하여 1990년대 초반의 3연속 우승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원서를 보면 시카고 불스의 단장(GM)인 제리 크라우스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레이스 그랜트를 뽑았을 때 조던이 그랜트를 dummy 라고 불렀다고 한다. 요즘은 영화 같은 데서 해석 없이 그냥 '더미'라고 발음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 듯한데 대충 뭔지 감은 오지만 구체적인 의미 전달은 안 되는 편이다. 



책을 번역하면서 이 dummy를 두고 아주 욕처럼 느껴지면서도 사전적 의미를 잘 살릴 만한 게 없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등신'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쓰던 욕인데 의미가 dummy 그 자체더라. 그 순간 정말 무릎을 쳤다.



크라우스의 인터뷰를 보면 조던이 그랜트를 몇 년 동안 코앞에서 계속 dummy라고 불렀다는데, 누굴 얼굴 볼 때마다 등신이라고 부르는 게 정상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소릴 듣는 사람은 짜증이 날 법도 하겠다 싶고... 그래서 호레이스 그랜트가 삐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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