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취미가 된 97년 이후부터
유시민은 내게 북극성과 같은 존재였다.
그의 말은 언제나 옳았고, 심지어 감동적이기조차 했다.
특히 그는 토론프로에서 단연 발군이어서,
그가 뛰어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에 넋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노무현을 구하기 위해 지식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2002년부터
그를 욕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노무현 집권 이후 대통령의 친위대 역할을 자임하면서
그는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욕을 먹는 존재가 됐다.
사람이란 한번 갖게 된 생각이 변하기 어려운 법이라,
진보 쪽 사람들이 유시민을 아무리 욕해도 난 별반 귀담아 듣지 않았고,
“유시민 정도면 괜찮은 국회의원이다”는 마음이 흔들렸던 적은 한번도 없다.
강준만이 쓴 <강남좌파>는 남들의 유시민 비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해 준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유시민이 가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말해줬고,
그래서 난 진보 쪽에서 왜 유시민을 욕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유시민에게 "좋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고 비난했을 때
그 말을 들은 고종석은 이런 말을 했단다.
"유시민 씨는 흔히 옳지 않은 소리를, 또는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자기 이익에 봉사하는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이런 말에 동의하게 될 줄 몰랐는데
사실에 바탕을 둔 명쾌한 주장 앞에 그를 좋아하던 마음은 여지없이 날아가 버린다.
한때나마 유시민을 대선후보로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게 다 <강남좌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