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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 12,600원 (10%700)
  • 2020-01-30
  • : 2,842

글을 잘 쓰고픈 사람은 많아도 막상 글쓰기 연습을 시작하는 이는 극소수다.

다른 할 일이 많아 여유가 안 되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절실함이 없어서, 라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글쓰기를 숨 쉬고 밥먹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글쓰기 연습을 게을리할 리 있겠는가.

그래서 난 글쓰기의 기술을 배우는 책보다는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이야기해주는 책을 읽는 게

글쓰기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

그런 면에서 홍승은이 쓴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는

서점에 깔린 수많은 글쓰기 책 중 독보적이다.

 

지역 사회에서 수년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는데,

저자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개인적인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이다.

학교에서 처음 글쓰기를 배울 때, 저자의 선생님은 ‘나’를 지우라고,

즉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배제한 글을 쓰라고 말했단다.

그렇게 쓰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정치에서 싸움은 좋지 않다. 여당과 야당이 잘 협조해서 보다 좋은 나라를 만들기 빈다.”

“갑질은 좋지 않다. 우리 모두가 다 똑같은 인간임을 자각한다면, 갑질도 줄어들 것이다.”

너무도 그럴듯해 보이는 이런 글들은 하지만 독자에게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다음을 읽어보자.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을 나갔다. 사우디에서 3년을 일하던 아빠가 한국으로 들어온 지 한 달여 만이었다. 아빠가 3년 동안 착실히 보낸 월급은 남은 게 없었다...우리의 생활은 비참했다. 밥을 따뜻하게 두려고 아랫목 이불 아래에 두면 쥐들이 와서...갉아먹었다. 오빠는 가출했다 돌아와서 고등학생이 되었고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생리를 시작했다.“ (119쪽)

이 글을 읽으면 일단 충격에 빠지고, 글쓴이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바로 이런 글들이지만,

‘지금 이대로’를 외치는 이들은 이런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지 마라’고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사회적 강자라면, 글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그래서 자신과 같은 이들이 좀 더 잘 사는 세상을 원한다면,

글을 써야 한다.

물론 주위에선 그런 글들을 불편해하고, 글을 쓰지 못하게 탄압하겠지만,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글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훨씬 나은 곳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여성’이었던 저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글을 쓸 때만 해도 ‘개념녀’로 칭송받았지만,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을 글로 쓰자 그 칭찬은 욕으로 변해 그녀를 공격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모든 협박을 이겨내고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썼는데,

그 이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홍승은은 지금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글쓰기를 독려하며 수많은 전사들을 만들고 있다.

나를 포함한 사회적 기득권자들이여, 긴장하시라. 홍승은 군단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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