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고쿠도입니다. 11기 소설분야에서 활동했었는데(그리고 그 전 기수 인문사회분야에서도...^^)항상 경쟁률 높은 소설분야에, 또 뽑힐줄은 전혀 기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12기로 선정된 기쁨이 더 크네요. 소설 중에서도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는 한국 순문학, 그리고 일본 추리물입니다.
신간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려고 4월 출간된 소설들을 열심히 훑어봤는데(신간평가단의 규칙상 전달에 출간된 책을 추천하게 되어 있음), 아쉽게도 왜 5월에 출간된, 혹은 출간 예정인 책들에 더 마음에 드는 것이 많은 것일까요? 순문학, 장르문학 통틀어 4월에는 그다지 많은 책들이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추천페이퍼를 작성하는데 이번에는 애로점이 좀 있었습니다. ^^
조이스 캐롤 오츠 <좀비> : 호러 분야로 분류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호러물과 추리물을 아주 좋아해서(특히 일본 작가들을 좋아하지만, 영미권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얼마전 출간된 러브크래프트 전집 3권에 환호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좀비>이지만 실제로 영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그러한 좀비가 등장한다기보다는, 사이코패스의 범행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강제로 뇌수술을 시행하여 자신의 말을 잘 듣는 노예로 만드는, 아주 지능적인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입니다. (저는 왠지 그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가 생각나네요. 천재 사이코패스!)
온다 리쿠 <달의 뒷면> : 교고쿠 나츠히코 등과 더불어, 제가 꽤 좋아하는 일본 작가 온다 리쿠의 신작입니다. 항상 일종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온다 리쿠 작품들의 특징인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닐 것 같습니다. SF와 판타지, 호러의 크로스오버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네요. 제목인 <달의 뒷면>은, 우리가 보지 못한 어떤 익숙한 것의 이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항상 보는 달의 모습은, 특정한 부분뿐이니까요...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 헤밍웨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거장입니다. (여담이지만 프랑스인들은 '헤밍웨이'라는 단어를, 참 특이하게 발음하더라구요. 청해 스크립트를 보고서야 그 단어가 '헤밍웨이'였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노인과 바다>라던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정말 걸작들이 많지요. 위의 작품들이 모두 장편인데 반해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킬리만자로의 눈>은 단편집입니다. 사실 단편을 꽤나 좋아하는 저로써는, 끌리지 않을 수 없네요. ^^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 제 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작품이라 하면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데(아무래도 제가 더이상 풋풋한 나이는 아니다 보니...으핫) 언젠가 우연히, 어떤 북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위저드 베이커리>를 보고, 청소년 문학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뒤로 <완득이>도 읽고, <아가미>도 읽고...여튼, 이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약간의 환상성이 가미된, 그리고 마음을 따뜻히 위로해주는 내용입니다. 저도 때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거나 시간을 사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왕이면 한 1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후후.
메도루마 슌 <물방울> : 문학동네의 세계문학 전집 중에는, 참 신선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5월 출간이라 참 가슴아프지만(다음 달에도 또 추천때릴겁니다, 으핫) 이 책을 보는 순간 추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출신입니다. 이 작품에도, 그러한 오키나와 특유의 정서가 많이 묻어 있다고 합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원래는 일본과 별개의 나라인 '류쿠'였는데, 년도는 기억 안나지만 언젠가 일본에 병합되어 버린 것입니다. 홋카이도의 아이누족 역시 마찬가지구요...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소수자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항상 마이너리티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당연히 읽을 생각입니다. ^^
이번달의 신간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며 아쉬웠던 것은, 한국 순문학쪽에 이렇다할 작품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박민규, 배수아, 천운영, 편혜영, 김숨 등의 신작이 보인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추천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