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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곡문답
  • 김태완
  • 22,500원 (10%1,250)
  • 2008-05-29
  • : 510

 

"조선 최고 지식인의 17가지 질문"이라는 커버의 문구는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식인'이라는 부제로는 율곡선생님의 커다란 인물됨을 표현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느끼기 때문이었다.  "우리 겨례의 진정한 지성인"이라고 문구를 바꾸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양에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서양 철학자의 대부분은 지식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서양의 수많은 철학자들을 우리가 알고있고 그들의 생각을 알고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결여된 것이 있다. 바로 민본사상이다. 민본은 애민, 휼민, 보민을 기본으로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본'은 백성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있어야 성립되는 말이다. 학문을 하는 이유가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사상은 백성을 위한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기보다는 인간의 이익에 우선적인 목적을 두고 있었음을 알수있다. 이는 지배계층과 피 지배계층에대한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종교마저도 남의 것을 빼앗고 수탈하고 잔혹하게 죽이거나 인간을 사냥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던가...이것이 서구 사상의 실체라고 말한다면 과연 그 누가 아니라고 부인할 것인가... 

서구의 사상가들이나 학자들은 학설과 원리 혹은 법칙들을 참 많이도 가지고 있다. 현대의 과학은 그런 법칙이나 학설들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학설과 원리 혹은 법칙들을 활용한 현대 과학문명이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오로지 한가지이다. 부의 축적, 타인에 대한 지배이다.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철학 자체가 민본에 있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방증인 셈이다. 또 누 누가 이를 부인할 수 있을 것인가...  

흔히 서구의 노블리스오블리제를 강조하는 현장을 종종목격한다. 우리는 그들의 노블리스 오브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녕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목적은 백성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자신 스스로를 위한 구호였음을.... 

서구인들의 자연관은 또 어떠하던가...인간의 위한 목적으로 보고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마음껏 이용하고 활용하는 대상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자연은 지배의 대상이며 정복의 대상이다. 서구인들에게 자연은 오직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조선의 자연관과 좋은 비교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서구적인 사상과 철학이 철저히 간과했던 '민본 사상'은 특히 우리 선조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다수가 민본을 마음으로 외친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사상가가 조선 초기의 정도전이요 중기의 조광조와 율곡 이이이다. 율곡선생님과의 문답은 과연 진정으로 인간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가를 가르친다. 바로 인간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고전이 어떻게 본질적으로 다른지를 알게해주는 최고의 고전이 아닐 수 없다. 서양의 인간관과 자연관과는 한국의 그것들이 어떻게 다른지 여실히 보여주는 이 책의 율곡 선생님은 어떤 분이었을까... 

율곡선생님은 당시 본의 아니게 동인들에 의하여 서인으로 분류되었고, 당파의 이해에 연연하지 않은 몇 안되는 분이었으며 그럴 이유도 없었던 분이었다. 당시 나이는 아래였지만 동인이었던 서애 유성룡등과 그 뜻을 함께하는 일들은 사료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다. 서애 유성룡 역시 동서인의 범주를 뛰어넘던 지성인 중 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지식인이라고 하면 다양한 연구와 학습, 그리고 그 결과물인 팩트들을 바탕으로  마인드를 바로세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인의 한계는 그곳에 머물고 만다. 결코 지성인에 도달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율곡 선생님은 정의롭고 백성을 위하며 당파를 넘어서고 이해를 뛰어넘는 사고와 실천을 행했던 분이다. 지식을 뚸어넘어 자신의 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했던 분인 것이다. 그토록 강경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대미수공법을 주장하셨다. 동인 유성룡은 서인인 율곡의 훌륭한 뜻을 받들어 대미수공법을 추진했다. 그후 김육선생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실천에 옮겨지게 되는데 이는 율곡선생님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내리고 내려 전달된 덕분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율곡선생님께서 지성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성인은 다양한 팩트를 기저한 지식인의 요소에 자신의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하나 더 가진 인물이다. 그 "실천의 용기"가 바로 지식인과 지성인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정의해준다. 지식이 이무리 많더라도 용기를 가지지 않고는 행동할 수가 없다. 율곡선생님은 그런 용기를 가지고 백성을 위해 살았고 백성을 위해 실천하며 일생을 보내신 분이었다. 겨레의 큰 스승이자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 책은 조금이나마 우리의 큰 스승인 선생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기회를 준다. 이 책이 선생님을 모두 다 알 수 있도록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백성을 위한 정책과 국방은 물론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던 많은 부조리함들의 변화를 요구하며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등을 스스로의 목소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선생님의 생각을 보다 더 잘 알고 싶다면 성학집요를 읽어보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성학집요는 선생님의 철학과 사상을 집요한 것으로 왕에게 남긴 자신의 육성이다. 시대적으로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선생님의 육성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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