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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즉흥곡 (Impromptu) D. 899 Op. 90 III. Andante 

 '즉흥곡 Impromptu(s)'이라는 명칭은 슈베르트 자신이 부여한 이름이 아니라 출판 업자가 붙인 것이라고 한다. 곡의 이름은 비록 '즉흥곡 Impromptu(s)'이지만 즉흥적으로 썼다는 뜻은 아니다. 즉흥곡은 당시의 음악 양식 중 하나 였던 것이다. '소나타'(Sonata)라는 전통의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곡을 전개해 나가는 일종의 장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쇼팽과 동갑내기인 1810년생 로버트 슈만은 슈베르트의 D.935 즉흥곡을 두고, "즉흥곡으로 위장한 네 악장의 피아노 소나타" 라고 평가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들이 완결성과 통일성을 가진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슈만의 이러한 평가는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다. 슈만은 큰 형님뻘인 슈베르트가 치밀하고도 잘 계산된 작곡을 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슈베르트 형님의 피아노 곡들은 낭만파의 피아노를 주도한 쇼팽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슈베르트는 후배 낭만파들에게 뚜렷한 결을 남긴 대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즉흥곡들이 모두 좋지만 그 중 D.899 3번과 D. 935 3번은 왠지 슈베르트의 성정을 가장 닮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곡들이다. 사실은 그의 즉흥곡이 모두 그런 느낌을 준다. 이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즉흥곡 D. 899 3번 Andante는 4분의 8을 쓰고 있다. 어떤 악보는 2분의 4라고 적어놓기도 한다. 어째거나 이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한 마디 안에 4분음표를 8개 주었기에 마디가 길어진다. 하여 강세는 곡의 특성이나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독특한 효과를 내며 경계가 모호하다는 특수효과(?)를 줄 수 있다. 슈베르트 즉흥곡 D.899 3번을 들으면, 4분의 8박이 이런 느낌이로구나 하는 감을 얻을 수 있겠다 싶다.



슈베르트는 즉흥곡 D. 899 3번 Andante의 조표에 내림표(Flat)를 6개 주어 '내림사장조 (Gb Major)'임을 표시하였는데, 이는 아주 부드럽고 따듯하며 온화한 느낌을 전달하라는 명시이다. 이 곡을 들을 때 위로를 받는 느낌은 이런 이유에서 온다.


[[[ 이 곡은 난이도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악보 보기도 쉽지 않고 연주하기도 쉽지 않다. 음표들을 끊어지지 않게, 그리고 부드럽게 힘조절을 아주 잘 해야 한다. 물 위를 스치듯 연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학생들에게 아주 까다로운 곡임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특히 D. 899  3 번 4번은 대한민국 예고의 입시곡에 포함되기도 한다. (예고의 피아노 입시 지정곡들은 보통 5~6월에 공시하는데, 기본기, 고전 소나타, 연습곡 또는 즉흥곡등을 포함한다) ]]]

 또한 오선지 아래에 pp(피아니시모, Pianissimo)를 표기했다. 이 모두를 종합하면 '안단테'에 6개의 플랫을 적용시켜 '매우 여리게'  혹은 '아주 작게'  그리고 끊어지지 않게 길게 늘려서 (동그라미와 화살표 친 부분의 지시 의미), 부드럽고 따듯하며 포근하게 연주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슈베르트의 이러한 요구 사항들은 청자들이 듣기에는 아주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주지만 연주자에게는 무척 까다로운 주문이다. 내림표 6개가 악보 보기와 연주를 어렵게한다. 슈베르트의 주문에 따르면 오른 손은 힘조절에 아주 신경을 써야한다. 또한 아르페지오와 레가토를 쉴 타이밍이 거의 없이 건반 위른 미끄러져야 한다. 그리하여 즉흥곡 D. 899 3번은 부드럽고 영롱한 달빛이 세상에 드리운 밤, 커다란 호수의 물 위를 유영하듯 부드럽게 수면을 스치며 내닫는다. 이순간  '녹턴'은 '녹툰"이라고 발음해야 할것만 같다. 

왼손은 화성을 서포트한다. (그런데 왼손 연주만으로도 정말 멋진 곡이다.)  튀지 않으면서 또렷한 서포트 컬러를 만들어내며 안단테를 잘 수행해야 한다. 서로 호응하는 오른 손과 왼 손은 그 어느 쪽도 결코 튀어서는 안된다. 마치 수줍고 튀지 않는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를 닮았다. 그리하여 곡을 은근히 판타스틱하게 하며 극적 대비 효과를 준다. 연주는 어렵지만 듣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곡이자 편안한 곡이다. 


[[[ 백건우 선생의 아주 좋은 연주이다. 비가 내리는 오늘, 슈베르트가 더더욱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른다 ]]] 

또한 흥미로운 것은 그의 즉흥곡들은 마치 가곡을 듣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애호가에 불과한지라 그 이유를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슈베르트 즉흥곡의 호흡에서는 가곡을 부를 때 가지는 호흡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 특징은 오로지 슈베르트만의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마주 앉아 수줍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슈베르트! 이 느낌은 바로 그의 즉흥곡이 가진 호흡에서 오는 것 이리라.

슈베르트의 삶은 특히나 가혹했다. 처절하게 가난했고 성격은 소심했다. 가난 덕분에 피아노를 일찍 들이지 못했다. 피아노가 왜 중요하냐 하면 작곡을 하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았지만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려 전해오는 진동을 참고하여 곡을 썼을 정도로 중요한 작곡의 매개물이다.



그런 작곡 필수템을 그는 가질 수 없었다. 누군가는 슈베르트 평생 피아노를 가질 수 없었다고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의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피아노를 들였다고 한다. 가난은 음악의 천재에게 피아노 한 대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곡의 대부분은 피아노를 가진 친구 혹은 지인들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슈베르트가 피아노를 들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따르면 그가 피아노를 들인 다음 해, 서른 하나에 그는 세상을 등졌다. 정녕 가슴이 미어지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신이시여, 슈베르트를 세상에 내 놓고 그를 어찌 그리도 박정하게 대하셨습니까!

처참한 가난과 가혹한 삶 속에서도 그의 음악은 낭만과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  아니, 진흙 속에서 화사하고 고귀한 수련을 피워 올리듯 그의 즉흥곡 3번은 세상 모든 것을 어루만진다. 자신은 위로 받지 못했으나 그는 타자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흥곡 D.899 3은 특히나 슈베르트 가곡의 향기를 아주 잘 느끼게 해준다. 이 역시 지극히 사적인 견해이므로 객관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노랫 말은 없지만 건반 소리가 그의 금빛 언어를 대신 전하는듯 하다. 특정인에 대한 헌정이나 특정인의 유료 주문에의한 동기로 쓴 곡이 아닌지라 그야말로 자신의 순간을 온전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순도가 아주 높은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어찌 진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울을 마주하듯 슈베르트 자신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곡이라 하겠다.



즉흥곡 D. 899 Op. 90 3번, 자신은 거친 삶을 겪고 있지만 인생은 원래 그런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듯 말한다. 어쩌면 자신에게 말하는 독백 일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청자는 물론 슈베르트와 마주 앉아 그의 달관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슬픔을 자신의 품 안으로 깊이 접어 넣고는, 자신의 언어를 전하는 곡이 바로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깊은 상처로 얼룩진 슈베르트는 즉흥곡 3번으로 상대방에게 정녕 커다란 위로를 준다.


슈베르트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한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즉흥곡 D. 899 Op. 90 3번 Andant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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