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뜻밖에도 관심을 사로잡는 일이 생겨 정신줄을 그쪽에 놓고있다. 바로 업무보고이다. 리허설 없는 대한민국의 업무보고 현장을 전국민이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무협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는, 마치 넷플릭스 무협 영화 일일 연속극을 보는 듯 흥미롭다. 특히,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1, 2사단의 작전 지휘권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카타르시스를 일으켰다. 그나저나 감기가 올까 말까 주저 주저하는듯 한 이 느낌, 태도가 불분명한 이 느낌, 정말 별로다 ㅠ
이른 나이에, 아주 어린 나이에 특정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 예체능, 과학, 수학 등 분야가 제한된 것 같지는 않다. 날때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는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영재 혹은 천재라고 부른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가, 아니면 누가 말 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쯤에서 떠오르는 문구가 하나 있다.그것은 '이승에서 배우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다. 그런데 어느 분의 글을 통해 다름아닌 소동파가 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니, 그럼 나는 어쩌란 말인가? 저승에가서 배워오기라도 하란 말인가?
헝가리의 저명한 음악가, 철학자, 교육자인 '코다이' 선생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예술가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제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코다이 선생이 답했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준비해야 하오!'라고. 이 역시 소동파와 견해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어쩐지 나는 안되더라니.....
어째거나,어린 영재나 천재가 아니면서도 니체가 말한 '위대한 일은 놀이처럼, 또는 자신을 위해서 하루 2/3를 쓰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는 하루 온 종일을 자신을 위해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 생계를 위해 고군 분투하던 중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는 곧바로, 주저없이 그 길로 들어섰다. 그 이름은 '현마에!' 바로 김현철이라는 이름의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존중을 받을 만 한, 어쩌면 니체가 언급한 위대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니체가 말하는 그 '위대한 일'을 해냈고 그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는 개그맨이었고 여전히 개그맨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개그의 일환으로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순전히 개그로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이 그에게 겁나게 재미져버렸다. '재미로 시작했으니 재밋었것지~ !! 숙제였어봐라, 개뿔 재미졌겠나?'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단순 치환은 지양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 왜냐면 지휘봉을 잡는 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없어도 될것만 같은 사람 지휘자이다. 나 스스로도 지휘자가 왜 필요한건데? 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
지휘자는 음악, 아니 악보를 연구하고 해석하여, 악보가 주는 메시지를 확보해야한다. 이를 위해 역사 및 음악가를 알아야한다. 음악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 그리고 음악가가 처했던 사적인 상황등을 알아야 한다. 음악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모든 것을 연구하고 찾아내어 분석 및 해석을 마쳐야 한다. 심지어 음악가의 애정사는 물론 가족사 마저도 알아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전제되어야 일차적인 지휘의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휘자는 모든 악기를 알아야 하며, 수많은 페이지의 악보를 모조리 암기해야 할 때도 있고, 모든 단원들의 연주는 물론 몸짓 하나까지도 지휘(conduct) 하여 청중들에게 그 결과물을 고스란히 전도(conduct) 해야 한다. 지휘자를 conductor 라 칭하는 이유이다. 포디움 위에 올라 한 번의 지휘를 하기까지 거쳐야할 과정들은 객관의 눈에 포착되지 않지만 인고의 과정을 요한다.
과정이 이러하다보니 누가 지휘봉을 잡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색채가 다양하게 표현 된다. 일이 이러하므로 음악 애호가들은 지휘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반응 지수가 큰 편이다. 곡과 지휘자 그리고 연주 단체 중 애호가들이 우선하는 사항은 단연 곡과 지휘자이다. 연주 단체는 그 다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누가 지휘했느냐가 가장 먼저이고 어느 단체가 연주했느냐는 후순위인 것이다. 그만큼 음악을 연주한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휘자인 것이다.
처음에 개그로 시작한 현마에는 점점 그 안으로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즐거움이 함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즐거움이 전부는 단연코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현마에는 공부하고 익히며 연구했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그가 인내한 것들이 어느정도인지 나는 짐작할 수가 없다. 다만, 바이올린을 들고 세상에 나선 어떤 사람이 인고의 과정을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으로 대신해본다.

[[ 김빛날윤미의 이 손을 보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눈물이 핑 돌아서 말이다.... ]]
현마에는 그렇게 10 수년을 수련했고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드디어 한 연주 단체의 상임 지휘자가 되었다. 놀랍지 아니한가! 음악 전공의 연주자로 일생을 살아가던 정명훈 선생도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 따로 수업을 받아야했다. 대한민국 음악 애호가라면 모를 수 없는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선생이 바로 정마에의 스승이니 말이다. 이 사실을 또한 모르는 애호가도 거의 없을 것이다. 지휘란 하고싶다고 그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댓가를, 아니 그에 알맞는 댓가를 내놓아야 비로소 지휘봉을 들 수 있는 것이다.
인고와 즐거움은 늘 함께하는 동반자이다. 즐거움이 앞서가면 인고가 뒤를 따르고, 인고가 앞질러가면 즐거움이 그 뒤를 따르니 말이다. 그리하여 니체는 결국 Amor Fati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이는 물론 지극히 사적인 견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