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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공쥬님의 서재
  •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 18,000원 (10%1,000)
  • 2026-05-15
  • : 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전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은 이윤기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풍부한 인문학적 해석이 어우러져, 단순히 신들의 계보를 훑는 것을 넘어 신화가 우리 삶과 예술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짚어주고 있어 지금까지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다.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오디세이아]는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를 둘러싼 인물들과 모험담 및 귀환길에 이르는 여정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의 발단과 전개 과정을 알고 보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10년 전쟁을 끝낸 결정적 계략인 목마를 고안한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스이다. 그가 단순히 힘센 용사가 아니라 지략가라는 점을 알고 보면, 모험 도중에 만나는 괴물들을 힘이 아닌 꾀로 물리치는 과정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귀환 직후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에게 살해당하는데,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복수하는 과정은 오디세이아 곳곳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본받아야 할, 혹은 경계해야 할 사례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

전쟁 당시 그리스 편을 들었던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를 계속 돕고, 오디세우스의 귀환길에도 그를 끊임없이 돕는다. 하지만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하자 포세이돈은 분노한다. 폴리페모스는 포세이돈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의 귀환길을 계속 방해하여 아테나 여신과 대립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바다의 신에게 미움을 사 10년을 떠도는 과정은 인간의 뜻과 의지가 거대한 신의 섭리 앞에서는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오디세우스는 단순히 똑똑한 영웅이 아니라, 때로는 비겁해 보일 정도로 생존 본능이 강하고 인간적인 결점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결점을 드러내며 나약해질 때마다 아테나 여신은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한다. 아버지 없이 자라 기가 죽어있는 텔레마코스에게 아테나가 다가가는 방식은 매우 섬세하다. 아테나는 눈부신 여신의 모습이 아니라,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텔레마코스가 직접 배를 띄우고 스파르타와 필로스로 여행을 떠나도록 등을 떠밀어준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멘토(Mentor)‘라는 단어가 여기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신비로움이 현실과도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은 사실 ‘오디세우스의 복수‘라고 제목을 붙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후반부에는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에게 복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구혼자들이 남의 집 안방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조롱하는 상황에서도,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복수를 위해 감정을 억누르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거지로 변장한 아버지를 곁에 두고 구혼자들의 온갖 모욕을 견뎌내는 텔레마코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이 거지 옷을 입고 음식 찌꺼기를 던지는 조롱을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아테나 여신의 조언대로 때를 기다린다. 이 인내심이 단순한 참음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이라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신도 돕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 책은 신탁이나 신의 도움이 단순히 요행이 아니라, 오디세우스 부자가 보여준 지혜와 용기에 대한 신의 응답처럼 그려지기 때문에 더 설득력 있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칼립소라는 여신이 불로장생을 약속하며 붙잡아두지만, 오디세우스는 신들의 허락과 도움을 받아 결국 죽음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 선택 자체가 신과 인간의 경계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지점인 것 같다. 생생한 그림과 신비로운 이야기가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오디세우스의 모험담. 평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독자, 트로이 목마 후일담이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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