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p.137 ˝고이치는 독특해.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 이유는 주위 수준이 너무 낮아서야.˝
작품의 주인공인 고이치는 단순히 성격이 독특한 수준을 넘어, 사회적 신호를 읽지 못하거나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뚜렷한 어려움을 겪는 고등학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잉 행동으로 또래들 사이에서 눈에 띄거나 몹쓸 짓을 하지는 않지만, 평소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고이치가 원하는 것은 그저 또래처럼 생각하고 또래처럼 행동하는 것. 평범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타인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다. 고이치 엄마 역시 고이치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지만 그냥 자신의 아이가 독특한 것뿐이라는 말로 고이치를 타이른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이치가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타인을 밑으로 보며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한데 그래서일까, 고이치는 어머니의 말을 믿고 위안을 얻기보다는 자신에게도 뭔가 특출난 장점이 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고이치의 무료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즐길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 서점에 나가 성인만화를 들여다보고, 몰래 훔쳐서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성인만화의 작가는 학교 미술 선생님인 니키. 고이치는 우연찮게 니키가 소아성애자인걸 알았고, 니키가 학교 선생님이라는 본업이 있음에도 성인만화를 연재한다는 사실이 괘씸하기도 하지만 자기 혼자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짜릿한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서점에서 성인만화를 훔친 것이 발각되어 담임선생인 니키가 서점으로 호출되고, 그 일을 계기로 그날부터 고이치와 니키의 팽팽한 대립과 신경전이 벌어진다.
서로의 약점을 하나씩 쥐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고이치가 니키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자, 니키는 머리를 짜내어 소설을 쓰고 고이치에게 자신의 소설이 어떠한지 평가받고자 한다. 그리고 니키는 고이치에게 정식으로 소설을 써 보라고 권한다. 소설 중반부는 고이치가 소설을 쓰는 일에 매진하며 고군분투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고이치가 니키의 비밀을 까발릴지 말지 같은 갈등으로 초점이 맞추어질 줄 알았는데 내용이 약간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왜 고이치는 니키를 혐오하면서도 동경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소설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난제이다. 고이치는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사는 인물이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범주에 들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연기하며 살아가는 반면, 니키는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논리와 세계관에만 충실한 인물이다. 이 지점에서 고이치는 자신이 갖지 못한 순수성과 확신을 니키에게서 발견하고 그에게 매료된 것이리라. 세상은 니키를 이상한 아이로 치부하지만, 고이치는 니키의 비범함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라는 자부심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즉, 니키에게 인정받음으로써 고이치는 지루하고 평범한 다수에서 벗어나 니키와 같은 특별한 소수로 격상되고 싶어 한 것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어떤 식으로든 밝혀진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설 후반부는 니키의 비밀에 초점이 맞춰지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고이치가 소설을 집필하고 있고 응모전에 도전할 거라고 니키가 반 아이들에게 말했기 때문에 고이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니키의 비밀도 드러날 위험에 처한다. 니키는 왜 그런 말을 해서 고이치를 곤란하게 했을까.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흥미진진한 소설이라서 결말이 날 때까지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