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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공쥬님의 서재
  • 검은 해바라기
  • 오윤희
  • 17,100원 (10%950)
  • 2025-09-19
  • : 44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접하면 항상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굳이 성선설과 성악설을 따지면서 깊이 생각하면 머리만 아플 뿐이라 그냥 세상에는 이런 악마 같은 자식도 있구나 하고 넘기고 싶지만,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뭐, 알아채더라도 어쩌겠는가. 얽히지 않도록 멀리 피할 수밖에.

이 책은 사람의 마음에 드리워진 어두운 감정과 고통을 사회 심리 스릴러 장르로 탁월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건이 일어난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단 등장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차식 화자 서술 방식 덕분에 인물들의 내밀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더욱 깊이 느껴진다.

첫 번째 화자인 태연은 고등학생 딸을 둔 재희의 엄마이자 변호사이다. 태연과 서영은 30년 지기 친구로서 서영에게는 해준이라는 아들이 있다. 재희가 해준의 아이를 임신하여 갑작스럽게 계류 유산을 하고, 태연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재희를 추궁한 결과, 해준이 억지로 관계를 맺은 거라는 걸 알아내고 태연은 서영을 찾아가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서영은 오히려 재희 탓을 하며 돈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집으로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하는 해준이를 보며 태연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딸이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던 것과 서영이 보여준 태도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어쩔 수가 없다.


page.157 ˝죄책감과 미안함은 사랑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미안하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랑으로 바뀌진 않았다. 그림자가 짙어진다고 해서 빛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2장의 화자는 지완과 수완의 엄마이다. 지완은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하고 성격까지 좋은 집안의 자랑거리이자 장남이다. 반면에 수완은 운동을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아들이다. 어렸을때부터 형에게 비교당하면서 성장한 수완은 어딘가 그늘이 져 있고 위축되어 있다. 수완이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 검거당해서 수완의 변호를 수임하게 된 태연은 그 날의 진실을 알게 되고 형제들의 엄마를 설득하기에 이르르지만 엄마는 진실을 드러내기를 완강히 거부한다.

인물들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지완은 어쩌다 악마처럼 변하게 된 것일까? 동생을 도구처럼 이용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내면에 공허함이 가득한 아이. 지완 같은 인물이 나중에 사회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다닐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완을 향한 엄마의 무모한 사랑은 결국 인간이 어떻게 파괴적으로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뉘우친 해준이와 극명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는 지완의 범죄자적인 성향이 섬뜩하면서도 슬프다.

작품 후반에 재희가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에 데려오는 장면이 참 인상 깊다. 비록 철없는 행동으로 임신을 하고 유산을 했지만 죄책감을 느끼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재희의 마음이 느껴졌다. 재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곁에서 꿋꿋이 재희를 기다려 주고 믿어 주었던 엄마, 태연의 역할이 크다. 이 소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장 유대가 강해야 할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가족끼리 벌어지는 그 내밀한 이야기들과 지완의 섬뜩한 행동과 발언들이 그 자체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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