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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공쥬님의 서재
  • 아름답지 않은 삶도 명작이 된다
  • 이주헌
  • 19,800원 (10%1,100)
  • 2025-08-25
  • : 9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림은 시각적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건넨다. 글과 말과는 다르게 간접적이라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우리는 그림 감상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작품 속에 숨겨진 에피소드를 알아가며 화가가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그림 감상을 하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이 책은 그림과 화가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미술 에세이다. 처음 보는 그림도 많고 처음 들어보는 화가의 이름도 있는데 미술가 25인과 그들의 작품을 테마별로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보통 이러한 미술 관련 책은 시대사나 작가의 생애 주기로 목차를 만드는데 작품을 테마별로 묶어 두어, 나중에라도 다시 화가의 작품을 본다거나 기억했을 때 그 테마가 생각나게 되어 유용할 것 같다.

괴짜 같고 성격이 독특한 화가가 참으로 많은데 그중 오딜롱 르동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안구가 열기구에 담겨 있고 그 눈동자는 위로 치뜨여져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르동은 음울하고 어두운 이미지에 집착하여 이와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 집 안의 어두운 구석과 커튼 뒤로 숨어 지내는 걸 좋아하던 그의 성장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 한다. 르동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서부터는 무채색의 그림이 점점 컬러풀하면서 화사한 색채를 띠었고 밝은 이미지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우리는 그림을 통해 사람의 내면을 유추할 수 있다. 내면의 감정과 무의식을 탐색하고 그림 심리 치료를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림이 주는 힘이겠지.

2장 행복 챕터에서는 기억에 남는 화가가 두 명 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국력이 강하고 부유했는데, 시민들은 그만큼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고 한다. 특히 해학 넘치는 풍속화로, 그림 속에서 세태를 유머러스하게 꼬집은 얀 스텐의 그림은 가정 주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림을 통해 갓난아이의 진짜 남편은 따로 있다던가, 사치스러운 가정은 패가망신하기 쉽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림이 정말 생생하면서 역동적이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베네치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도시 풍경이 유행이었다. 우리 집 주방 한 켠에도 베네치아 풍경이 걸려 있는데, 잔잔하게 흐르는 강과 그 옆의 웅장한 건물들, 곤돌라 아저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카날레토는 이러한 웅장한 도시 풍경을 카메라 옵스쿠라 기법을 이용하여 생동감과 사실감이 넘치게 그린 화가이다. 카날레토는 젊었을 때 현장을 직접 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당대 건축물이나 고대 유적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하니, 사실적 원근법에 기반한 재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독일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키르히너는 시대의 굴레 속에서 인간의 깊은 고독과 무기력함, 정체성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이다. 그의 그림들은 다소 거칠고 강렬하다. 원색적인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두운 분위기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불길한 시대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그림들 가운데서도 활기차고 밝은 그림들 중 하나가 모리츠부르크의 목욕하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이다. 키르히너는 이 그림을 통해 네이처리즘을 강조했으며 당시 사회에 느낀 불만과 저항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 5장 챕터는 순수라는 테마이다. 말 그대로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시각의 본질적인 면에서 그림을 그리려 했던 화가들이 등장한다. 이 챕터에서는 순수한 시각의 경험을 그린 폴 세잔, 점묘법 그림으로 유명한 쇠라의 그림들과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화가가 얼마나 큰 수고를 들였을지. 무엇보다 화가의 성장 배경을 알고 나니 왜 저렇게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위안을 받고,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시각적으로 이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미술이 치유의 일환으로써도 작용하고 있음이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계속해서 좋은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읽어내고 싶은 마음은 본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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