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꽃거지를 찾아야 했던 진짜 이유
몽키공쥬 2025/04/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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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거지를 찾습니다
- 홍선주
- 12,600원 (10%↓
700) - 2025-04-24
: 30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표지 일러스트가 만화책 같기도 한 것이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예쁘다. 딱 지금 같은 계절, 봄에 어울리는 책인 듯싶다. 하지만 산뜻한 표지와 다르게 내용은 다소 무겁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중학교 교사인 진의연은 어렸을 때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가는 바람에 남들보다 철이 일찍 들어버린, 독립적이고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여자다. 의지할 가족이 없다 보니 삶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지나치게 T다. 처음으로 사귄 남자를 정말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위안을 얻으며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매사에 즉흥적이고 낙천적인 남자친구와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별한다. 너는 가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은 채.
진의연은 신림역 인근에서 꽃거지를 찾아다니는 와중에 건우라는 미대생을 만나게 된다. 건우 역시 꽃거지를 찾아 다니고 있기 때문에 둘은 의기투합하여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고 어느새 진의연은 과거 자기가 상처받았던 인간관계에 대해 건우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러다 거리에서 마주친 불량 학생들을 보고 본인의 학창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는 한때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지만 맞서 싸워서 이겨냈다며, 요즘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나약하다고 건우에게 토로한다. 진의연은 본인이 겪었던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하고, 건우는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며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책에 나오는 지명인 도림천, 신림교, 심지어 모노헤르쯔라는 카페까지 실제로 신림역에 존재하고 있어서 뭔가 현실감이 있다고 느낀 것도 잠시, 건우가 진의연에게 사실은 자기가 영혼과 소통하는 영매 탐정이라고 고백을 한다. 나는 책 중반까지도 진의연과 건우가 꽃거지를 왜 찾아 헤매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오지 않아서 궁금한 동시에 둘의 대화가 너무 재밌었다. 심지어 나이도 한참 어린 건우가 교사인 진의연에게 어른스럽게 건네는 말에 깊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
"엄마가 나이 든 후 돌아보니까 그렇더래요. 어떤 소망이나 일들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저 때가 아니었을 뿐, 나중에 보면 더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요."
P.73
건우 덕분에 진의연은 깨닫게 된다. 사람들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본인에게 엄격하게 대하던 잣대를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하여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저 사람은 나약하고 게으른 사람,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닦달하고 상처 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보다 본인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건우에게 고마워한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림동 칼부림 사건.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소설이라서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분명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 작품이 슬프고 비참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작가는 오히려 진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진의연이 건우를 만나건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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