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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공쥬님의 서재
  • 1984
  • 조지 오웰
  • 14,400원 (10%800)
  • 2025-04-10
  • : 15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상의 모든 행동이 감시 당하고 심지어 정신세계까지도 통제 당한다면 어떨까? 자신 이외에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도 믿을 수 없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도 도청 당하고 있어서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 그래서 음울하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은 그들 중 하나인 평범한 내부 당원이다. 아니, 평범한 척하는 내부 당원이다.

"윈스턴은 거의 모든 여자를, 특히 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했다." page.21

소설 초반부터 복선이 드러난다. 윈스터는 젊은 여자가 가장 맹목적인 당의 지지자이자 감시자들이라고 여기며 그녀들을 의식적으로 피해 다니고 경멸한다. 심지어 그 젊은 여자가 꿈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윈스터가 끝내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을. 그녀와 사상적으로 뜻을 같이하다가 끝내 체포되어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서로의 미래를 예견했다. 언젠가 사상경찰에게 발각되어 체포당하고 고문을 당하고 총살 당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윈스턴이 내부 당원 중에 또 한 명 깊이 끌린 사람, 오브라이언.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윈스턴이 왜 오브라이언에게 끌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은 없다. 윈스턴은 막연히 소망했다. 오브라이언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은밀한 소망을 품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 앞에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 표정까지 관리해야 하는 지배 체제하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바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그저 순종하고 복종하는 것 밖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윈스턴은 하루는 체념했다가 또 하루는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꿈꾼다. 윈스턴의 입장에서 그 희망의 빛은 줄리아였을 것이다. 그녀와 소통하고 만나기까지가 완전 비밀 첩보작전을 연상하게 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비밀리에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그녀와 연애를 하며 형제단 활동을 꿈꾸어 나간다.

형제단 활동의 수장급이라고 믿었던 오브라이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에 의해 고문을 당하면서 윈스턴의 삶은 철저히 망가진다.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몹시 피폐해진다. 결국,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윈스턴이 바라온 세상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과거를 은폐하고 사라지게 하며, 새말로 역사를 다시 쓰고, 인간들을 세뇌시켜 당이 끝내 지켜야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윈스턴의 소리없는 저항,
고문과 권력 앞에 증발된 정의와 진실"

윈스턴이 너무나도 궁금해했던 빅 브라더의 존재 유무. 아마 누구도 빅 브라더가 실제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없겠지. 어떠한 결과물 없이 씁쓸한 결말을 맺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래도 윈스턴은 줄리아와 내통하면서 당을 거역했다는 묘한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똑같은 과오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더 이상은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래를 보며 나아가기 위한 인간의 소리 없는 저항과 투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편의 고독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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