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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공쥬님의 서재
  • 클리셰: 확장자들
  • 김아직 외
  • 15,120원 (10%840)
  • 2025-03-18
  • : 72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단편 소설은 잘 안 읽다 보니 다섯 명의 작가들은 나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한국의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베테랑 5인의 작가들, 클리셰를 파괴하고 비틀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인물과 범인에 초점을 두기보단 여기선 어떻게 이야기를 꼬았을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에 집중하며 읽었다.

단연 재밌게 읽은 작품은 첫 번째로 실려 있는 [길로 길로 가다가] 김아직 작가의 이야기다. 10대 중반의 아이가 탐정 노릇을 하며 증거에 집착하는 경찰관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동네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스토리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최초 목격자 역시 10대 탐정인 오느릅이다. 작고 조용한 동네에서 연속 발견되는 시체, 의심되는 용의자 몇 명, 노랫말 연쇄살인의 법칙이 적용되는 클리셰. 재미의 요소를 다 갖추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웃기면서도 김빠지지만.

두 번째로 재밌게 읽은 건 박하익 작가의 작품이다. 사라진 아이들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마녀로 알려진 최문주라는 여자가 있다. 신문사에서 편집 일을 담당하는 윤소영은 카페 사장과 같이 이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밝히려고 애쓴다. 그 와중에 최문주가 죽고, 윤소영은 최문주가 쓴 수기를 손에 넣게 되면서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수기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었고 윤소영은 그 오류가 최문주의 망상인지, 아니면 진실을 은폐하고자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인지 혼란에 빠진다. 결국 윤소영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지만, 카페 사장의 영업 비밀을 알아버리고 허탈해 한다. 김아직 작품과 마찬가지로 박하익 작품 역시 정작 사건을 해결할 것 같은 사람은 뒤에 빠져 있고, 범인의 존재와 동기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사건 해결을 위한 과정과 용의자의 동선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세 번째로 재밌게 읽은 작품은 최혁곤 작가의 [진동분교 타임캡슐 개봉사건] 이다. 진동분교 터에 게스트하우스 건물을 짓고 언젠가 리조트 건설을 꿈꾸는 요다 여사에게 갑자기 게스트하우스 마당을 파헤쳐야 하는 사정이 생긴다. 30년 전 졸업한 동창생들이 그 장소에 타임캡슐을 묻어놨는데 이번에 그 타임캡슐을 개봉하겠다고 한 것이다. 드디어 타임캡슐 개봉날. 졸업생들 사진은 총 8명인데 7명만 그 장소에 나타난다. 알고 보니 한 명은 그 해 실종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과연 타임캡슐에 묻혀 있던 건 무엇이었으며, 그 7명이 30년이 지나서 굳이 타임캡슐 개봉을 해야 했던 이유는?

다섯 편 모두 뚜렷한 반전을 가지고 있고 예상치 못한 씁쓸한 결말이라는 것에 추리, 미스터리 소설 본연의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낸다. 억지로 사건을 꼬거나 극적으로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각 인물의 서사에 맞게 자연스러운 과정과 결론으로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누가 가볍게 읽기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뻔한 클리셰와 거창한 트릭과 반전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책에 빠져들 수 있다니. 피식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신박한 소설 다섯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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