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작업을 함께 하는 환상의 콤비
몽키공쥬 2025/03/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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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의 흔들림
- 미우라 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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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5-02-19
: 9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도입부부터 호텔리어인 지카라가 필경사 도다의 집을 힘겹게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카즈키 호텔의 중요 고객이 송별회 초대장의 붓글씨를 의뢰하면서 지카라는 그 붓글씨의 필경사가 도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전임자의 실수로 도다의 집 주소 기재가 누락되어 지카라는 집 주소를 다시 묻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하여 일부러 도다 집에 찾아가 붓글씨 작업을 의뢰하기로 한다.
도다가 이메일로 대충 위치만 알려주었기 때문에 지카라는 한참 동안 헤매끝에 도다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전형적인 일본 가옥이지만 동서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목조건물에 울타리 너머 널따란 마당과 협소한 주차공간을 보고 지카라는 이 집에 살고 있는 인물이 소소하면서도 올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지카라가 도다 집을 방문한 시간은 마침 도다가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 서예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도다가 아이들을 엉뚱하면서도 조금 상식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가르치는 걸 보고 지카라는 도다라는 인물에 대해 이상하면서도 자신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서예 수업이 끝나고 하루토라는 아이가 도다에게 친구에게 쓸 편지를 대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도다의 글씨체를 실제로 목격하고 감탄하면서 지카라는 생각지도 못하게 도다의 매력에 서서히 빠지게 된다. 필경사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도다가 대필일까지 한다고 해서 놀라웠고, 진지한 구석이 없는 도다가 붓글씨를 쓸 때만큼은 진중하고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솔로인데다가 미혼인 지카라는 성실히 호텔에서 일하면서 한정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전형적인 바른생활 사나이다. 지카라는 쉬는 날이나 한가할 때 경마장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도다라는 인물을 알고부터는 아무 일도 없이 일부러 도다를 찾아갈 만큼 그의 매력에 빠져 꽤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 말동무가 되고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도다로부터 호텔의 필경사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지카라는 바로 도다의 집으로 찾아간다. 사실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도다의 이면에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고 도다의 과거를 알게 된 지카라는 그 얘기를 해준 도다에게 부담을 느끼는 한 편, 자신을 믿고 얘기를 털어놓은 도다에게 연민과 고마움을 느낀다.
[먹의 흔들림]이라는 뭔가 격조 있고 근엄한 제목과는 다르게, 특이하게도 스토리로만 보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두 인물의 일상이 평온하게 흘러간다. 서로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인물이 일적으로 만나서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그들이 대필 작업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와 도다의 재치 있는 언변이 재미있어서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기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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