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8일간의 기록
몽키공쥬 2025/03/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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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 데이즈
- 루스 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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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장을 덮고 아,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대박이겠는데?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에 주인공으로는 누가 좋겠고...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번에도 루스 웨어의 작품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장을 덮기 아쉬울 만큼 진한 여운이 남는다. 심지어 장면 하나하나가 영상화되어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읽은 느낌이다.
디지털 보안 전문가인 게이브와 보안 컨설턴트인 잭. 둘은 부부이기도 하고 일적으로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이다. 기업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회사 시스템에 침입해서 보안에 구멍이나 허점이 있는지 테스트하는 펜 테스터 일을 하고 있다. 남편인 게이브는 온라인, 아내인 잭은 오프라인을 담당하는데 이날도 잭은 무장한 채 회사 시스템에 침입하여 게이브의 지시로 어둡고 미로 같은 회사 내부를 두더지처럼 파헤치며 일에 전념한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이 부부는, 이날이 서로에게 마지막이란 걸 알았을까.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잭이 컴퓨터 책상 앞에서 고꾸라져 있는 게이브의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패닉에 빠져 남편의 사망 신고를 너무 늦게 한 잭에게는 가혹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용의자로 몰린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보험회사에서 메일까지 온다. 게이브와 잭의 명의로 생명보험을 가입이 되었다는 메일로, 이건 누가 작정하고 잭에게 누명을 씌운 것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잭은 경찰의 눈을 피해 언니인 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수사망을 피하며 게이브를 죽인 진짜 범인을 찾고자 전력을 다한다. 잭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잭은 정말 강인하고도 정의에 불타는 여전사 같은 캐릭터이다. 왜소한 몸이지만, 자신의 몸이 다치는 것도 불사하고 오직 범인을 밝히는 데에 집중하고 자신 목숨까지도 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방법을 찾아내는 포기할 줄 모르는 남편바보 잭. 게이브의 부재를 슬퍼하면서도 남편의 복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그녀의 집념이 무서우리만치 인상적이다.
그 와중에 잭은 자신의 첫 번째 남자친구였던 부패 경찰인 제프에게 이메일로 답장을 해서 엿 먹으라고 일침을 가하는데, 아주 통쾌하고 유쾌하다. 잭의 걸크러쉬가 가장 돋보이는 최고의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제프는 잭을 도와줄 것처럼 유인하여 잭 대신에 언니인 헬을 체포해 가는데, 왜 이렇게 찌질해 보이는지.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 나는 사실 초반부에 범인을 눈치챘는데 등장인물이 몇 없어서이기도 하고, 범인보다 범인의 동기가 더 중요해서 범인을 맞추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 추리소설의 법칙이라면 법칙이기도 한, 범인은 항상 의외의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잭은 범인을 잡아 놓고도 씁쓸하면서 뭔가 개운치 않다. 진범을 못 잡았기 때문인데 경찰은 배후에 관련된 사람을 조사 중이라며 그들의 무능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아니 경찰은 뭐 하는 건가, 이번에도 잭이 나서야 하나.
점점 발전해가는 온라인 범죄.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무섭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도입된 장치와 기계 장비 속에서 오히려 역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정보가 털리는 일도 빈번하다. 전자화폐, 딥페이크, AI 딥 보이스등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온라인 범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잭이 온라인 범죄로 남편을 잃은 것처럼 나도 소중한 누군가를 잃을 수 있다. 아니, 당장 나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겠지.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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