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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공쥬님의 서재
  •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 비르지니 그리말디
  • 15,300원 (10%850)
  • 2025-02-10
  • : 32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프랑스 소설은 실로 오랜만에 접한다. 한창 기욤 뮈소 소설에 빠져 프랑스 소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유머에 취해 있었던 나날이 떠오른다. 이 책은 2015년에 남은 생의 첫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남은 생의 첫날이라는 문구는 책에서도 계속 언급될 정도로 책에서 가지는 의미가 큰데, 개정되면서 제목이 바뀌다니 흔치 않은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라는 제목이 더 맘에 들고 개정된 책표지는 더욱 맘에 든다.

곧 40대를 앞둔, 평범한 가정주부 마리는 펠리시타 호라는 여객선에 혼자 오른다. 무관심하고 가정에 소홀한,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게 지쳐 다시는 사랑 따윈 안 하리라 마음먹고 고독을 즐기겠노라 다짐하며 혼자만의 여행길에 오른 것인데, 이 여객선은 무려 석 달 동안 7개의 바다를 건너 30개가 넘는 나라에 도착한다. 남편 일은 안됐지만 마리가 진정 부러운 순간이다. 마리는 여행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노라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되던가. 그녀는 여객선에서 안과 카미유라는 진정한 친구들을 얻을 뿐 아니라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심지어 그 운명의 남자는 마리와의 첫 만남에서 무례하게 행동해서 마리의 첫인상에는 나쁜 남자로 기억되는데, 이 나쁜 남자가 나중에 마리랑 어떤 관계로 향할지가 흥미진진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남자 사냥꾼 카미유. 25살이지만 마리와 안의 여행 친구로서 모자람이 없는 배려심과 특유의 유머를 가진 순수한 사람이다. 동정심 때문에 예전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고, 몰래 쓰고 있는 블로그가 유명세를 치르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카미유도 여행지에서 진정한 인연을 만나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인생의 짝을 찾게 된다. 이쯤 되면 펠리시타 호는 고독을 가장해서 혼자 여행길에 오르게 하고 짝을 찾아주는 사랑의 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각자 사연이 있겠지만 안정된 직장과 평온한 일상, 보고 싶은 가족들과 친구를 뒤로 한 채 혼자 배에 오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여행을 끝마쳤을 때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펠리시타 호는 적절한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건강염려증과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안은 이 여행을 통해 높은 절벽과 고층 빌딩, 스노클링등을 경험하는 익사이팅한 순간을 맞이한다. 물론 혼자서는 절대 무리였을 것이다. 안은 60대이지만 여행지마다 엽서를 사서 남편에게 부치는 소녀 같은 마음을 가진, 밤마다 강아지 인형을 안고 자는 귀여운 할머니이다.

시공간과 나이를 초월한 세 여자의 우정. 세 여자들이 각자의 짝을 찾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과정들을 보고 있으니 나 역시 흐뭇해지면서 행복해진다. 80세 노년의 나이에도 사랑에 다시 빠진 이블린을 포함해서 세 여인의 밝은 미래와 행복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설레면서 몽글몽글해진다. 이 소설을 통해 깨달은 건 두 가지. 한 가지는 여행은 언제 어느 때 가도 참 좋다는 것. 삶은 예측할 수 없으니 여행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혼자 여행을 가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가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두 번째는 우정도, 사랑도 나이는 상관없다는 것.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대하면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상처받지만 결국 그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타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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