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식탁_ 죽음 앞에서의 본모습
몽키공쥬 2025/01/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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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상 식탁
- 설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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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 - 2025-01-13
: 9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문시라는 도시에서 뱅상 식탁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정빈승. 그런데 뱅상 식탁의 구조는 좀 특이하다. 입구를 제외하고 삼면은 막혀 있고, 각 테이블은 벽에 막혀 있다. 의자는 상대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같이 앉아야 한다. 테이블은 총 4개로 2인이 앉는 백 퍼센트 예약제 식당.
1번 테이블에는 대학원 동기인 수창과 애진, 2번 테이블에는 모녀 사이인 정란과 연주, 3번 테이블에는 20여 년 만에 만난 학창 시절 친구인 상아와 유진, 4번 테이블에는 직장 동료인 성미와 민경. 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식당의 특이한 구조 때문에 자신의 일행 외에 다른 손님을 볼 수 없다. 오직 정빈승만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며 손님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 한창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이들은 갑자기 총소리와 함께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한 테이블당 한 명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8명의 사람들은 두뇌를 풀가동하여 어떻게든 본인이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상대에게 납득시킨다. 내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했던 테이블은 이 중 유일한 가족관계인 모녀 테이블이다. 평생을 엄마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꼭두각시처럼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했던 딸에게 뱅상 식탁 이벤트(?) 는 일종의 탈출구이자 기회였는지 모른다. 끝까지 모든 사람을 다 탈출시키고자 정빈승을 설득한 것도 딸이었는데 끝내 희생자가 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20여 년 만에 재회한, 똑같은 원피스를 입은 친구 테이블. 이들은 자식들의 학폭 문제로 다시 만나게 된 껄끄러운 사이이다. 복병은 이 테이블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아이 엄마들인데 말이다. 심지어 한 명은 임산부인데.
테이블 중에 유일하게 남자가 있는 1번 테이블. 예전에는 교장이었으나 퇴직 후에 소설가를 꿈꾸는 수창과 자식들과 집안을 돌보느라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애진. 수창은 주야장창 애진을 무시하며 자기가 애진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전형적인 속물이다. 마지막 테이블인 4번에는 직장 동료인 동갑내기 여자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도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 서로 본인이 희생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정빈승은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상처를 입어 심약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진 정빈승은 주장한다. 끊임없이 자기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그는 사람들을 인질로 가둬두고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정작 누구도 죽이지 못한 마음이 여린 보통의 식당 사장일 뿐이었다.
8명 중에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예상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 변심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가 예측불허라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작가는 인간의 이면성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까. 인간관계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추악함과 이기심. 극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심과 진실들. 가족관계에서조차 이러한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오죽할까.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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